호동 생활폐기물에너지화시설
건립 6개월 만에 고장, 가동중단
시의원 상대 주민소환 진행 등
반대 여론 끊이지 않아 악순환
음식물처리장 재계약도 불투명
시, 안이한 대응으로 갈등 키워

포항시 쓰레기 정책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겉돌고 있다.

올해 2월부터 운영에 들어간 생활폐기물에너지화시설의 경우 인근 주민들이 환경오염 우려를 꾸준히 제기하고 있고, 시설 노후화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음식물쓰레기 처리장 역시 해결 방안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선 생활폐기물에너지화시설(SRF)은 시설 운영에 들어가기 이전부터 주민들이 계속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비교적 최근인 지난달 29일에도 오천·청림·제철동 SRF반대 어머니회 학부모 등 주민 200여명이 포항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좀먹는 쓰레기 소각장 발전소의 가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나서는 등 좀처럼 갈등이 봉합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학부모들을 비롯한 인근 주민들은 해당 시설의 굴뚝 높이(34m)가 타 지역의 같은 시설(150∼200m)과 비교할 때 매우 낮아 대기 정체 시 오염물질이 인근 지역으로 퍼져 나간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시가 공표한 굴뚝자동측정기기(TMS) 분석자료에 대해서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시설에 대한 반대를 이어가고 있다.

나아가 지역 시의원을 상대로는 ‘주민소환’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오천SRF반대 어머니회는 시설 중단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의견을 대변하지 못하고 방관했다는 이유로 지역 시의원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 청구를 위해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생활폐기물에너지화시설의 고장 또한 이슈다. 가동 6개월만인 지난 8월 30일부터 고장이 나 한 달가량 운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도·시비와 민간자본 등 총 1천534억원을 들여 건립된 시설이 얼마 못 가 고장이 나자, 포항시는 인근 지역민들의 반대에 더해 행정 난맥상을 또다시 드러내고 있다.

이 외에 생활폐기물에너지화시설을 제대로 운영을 하려면 연료로 쓰는 가연성과 매립하는 불연성,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쓰레기는 반드시 분리배출해야 하는데 이 부분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재활용 분리수거만 하더라도 아직 완벽하게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데 추가로 불에 타지 않는 쓰레기를 전용종량제 마대에 담아 내도록 한 것은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는 지적이 청소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분리수거법을 지키지 않는 것은 물론 전용종량제 마대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음식물쓰레기 처리장 문제도 막다른 골목을 향하고 있다. 현재 사용 중인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이 연한을 넘긴 데다 업체와의 계약기간 만료도 임박했지만,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하다. 게다가 새로운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의 건설마저 지지부진해 자칫 시민생활에 큰 불편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난 1999년 준공된 민간업체인 호동 처리장이 올해로 21년째를 맞는 데다 설비가 낡아 노후화 정도가 심각한 상황인데, 시는 이를 두고 수개월째 고심만 할뿐 결론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즉 영산만 산업과의 계약 기간인 오는 2020년 6월 이후 ‘음식물 쓰레기 처리 공백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각종 쓰레기 관련 이슈들이 문제가 되기 직전인데도 시 당국은 “상황이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는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포항시는 생활폐기물에너지화시설과 관련해서는 TMS 자료를 근거로 대기오염물질 평균 배출농도가 대기환경보전법 배출 허용기준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자체적으로 평가하며 주민들의 반발 목소리에 별다른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가동에 들어간 시설의 고장 역시 “수리가 거의 끝나 시험 중으로 조만간 가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포항시 관계자는 “경북 내 포항의 하루 음식물쓰레기 발생량 150t을 처리할 만한 업체가 없고 분산처리를 하려 해도 외부업체가 거부를 하거나 가격 흥정을 하는 등 변수가 많아 힘들다”며 “시는 기존시설을 대상으로 내년 6월 30일 계약종료인 영산만 산업과의 계약을 연장하거나, 시가 시설을 인수 후 타 업체에 입찰하거나, 시가 아예 직영으로 운영하는 방안 등 3가지를 놓고 고심 중이다”고 말했다.

/전준혁·황영우기자

    전준혁·황영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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