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화순군 어느 마을의 이름이 ‘중장터’다. 그 이유는 옛날 승려들의 물물교환이 이뤄지던 장터였다는 데서 유래돼 붙여진 이름이다. 원래 승시는 승려들이 필요한 물품을 조달하기 위해 사찰에서 생산한 물자를 유통시킨 장소다. 승려들이 만나 생필품과 불교용품 등을 물물교환 형식으로 거래했던 곳이다. 불교문화가 찬란했던 고려시대에는 전국 곳곳에서 이 같은 형태의 승시가 성행했다고 한다. 그러나 조선시대 들면서 숭유억불 정책에 따라 승려들의 도성 출입이 제한되고 덩달아 생필품 구입이 어려워지면서 그들만의 장터가 산중에서 열리게 된다. 이것이 산중 승시의 출발이다.

팔공산 동화사와 부인사 등지에 열렸던 승시는 규모도 컸지만 가장 늦게까지 장이 선 곳이다. 동화사 총림이 승시를 재현한 축제를 열게 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올해 10번째 승시 축제가 팔공산 동화사 일원에서 다음달 3일부터 나흘간 열린다. 대덕스님의 법문을 시작으로 개최되는 승시 축제에는 승시재현 마당을 비롯 사찰음식 강연, 음악회,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로 진행될 예정이다. 승시 축제가 해를 거듭하면서 팔공산에 남아 있는 역사와 문화자산의 재발견이라는 의미에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에 흥미가 간다. 승시를 통해 사찰문화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한편으로는 대구의 유명 관광자원화되고 있다는 것은 축제의 의미를 더 뜻 깊게 한다. 승시 축제를 주관하는 동화사 주지 효광 스님은 “승시의 근원적 의미는 의식주에 기반하는 삶의 모습”이라 했다. 그 속에서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고 우리사회 공동체적 선을 추구해보자는 그의 말은 승시의 현대적 의미의 정신이라 하겠다. 단풍이 물드는 가을날 산 중에서 보는 승시 축제는 혼탁한 세상 일을 잊게 할만하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