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쏙 빼고 만든 구미공단(현 구미국가산업단지) 50주년 기념 홍보 영상으로 인한 지역 내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장 시장은 25일 ‘시장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일부 보수 시민단체 회원들의 태극기 깃대에 머리를 맞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만 등장시킨 공단 기념 홍보물은 누가 봐도 저의가 의심되는 심각한 잘못이다. 차제에 과연 상생하는 협치의 정신을 살린 바람직한 지방행정을 펼치고 있는지를 전반적으로 되돌아볼 일이다.

장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보수의 아성으로 불리는 TK(대구·경북) 지역에서 자치단체장으로 당선돼 일약 스타가 된 인물이다. 그로 인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영남 보수의 심장이 불명예를 씻었다는 역설적인 평가를 얻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장 시장이 취임한 이래 구미시는 연일 시끄러웠다. 시정(市政)이 시끄러운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정적들 때문만이 아니었다.

구미시는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 명칭에서 ‘박정희’를 빼고 ‘구미근현대사박물관’이나 ‘구미공영박물관’으로 하겠다고 해 말썽을 빚다가 논란 끝에 ‘박정희유물전시관’으로 결정했다. 40년간 구미시 직제에 있었던 ‘새마을과’도 폐지하려 했다가 문 대통령의 새마을운동에 대한 긍정적 평가 뒤 존치키로 되돌렸다. 장 시장은 지난해 10월 박정희 대통령 추모제에도 불참했다.

이번 구미공단 50주년 기념 홍보 영상 논란에 대해 장 시장은 “영상 제작업체의 실수”라고 둘러대지만, 시연회를 2차례나 거친 사실만으로도 초라한 변명임이 여실히 드러난다. ‘선거에서 이겼으니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그릇되고 천박한 진영논리, 적지 한복판에서 승리했다는 우쭐함의 연장 선상에서 비롯된 패착이 아닌지 살펴야 한다. 찬반을 떠나 민심을 고루 소중하게 여기는 긍휼한 목민관의 마음이 결여된 왜곡된 인식의 심각한 부작용이 아닌지 깊이 성찰할 일이다. 대도를 당당히 가는 군자의 길을 포기하고, 문재인 정권의 망국적 패거리의식에 중독되어 쩨쩨한 행정을 탐하는 졸부(拙夫)의 길을 탐해서야 되겠나. 구미에서 ‘박정희’를 빼면 대체 뭐가 그리 좋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