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공연·문화강좌·휴식공간 등 구성된 ‘복합문화공간’
객석 679개·유아실 등 새단장… 연령별 다채로운 무대 선사

썸머 뮤직페스티벌·모래 전시회·청춘 버스킹 현장엔
탁 트인 푸른 영덕 바닷가는 또다른 ‘야외 공연장’ 실감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이 펼쳐지는 영덕 예주문화예술회관.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이 펼쳐지는 영덕 예주문화예술회관.

인도 남부 도시 알라푸자(Alappuzha)를 여행했을 때다. 수로가 예쁜 조그만 마을에서 이틀을 묵었다.

첫날 밤. 영국에서 왔다는 나이 지긋한 관광객의 권유로 소규모 극장에서 까따깔리(Kathakali)를 관람했다. 대사 없이 몸짓과 춤, 타악기 연주만으로 인간의 환희와 고통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인도 전통 무용극. 기자를 포함한 수십 여 명 관객들 모두가 보는 내내 즐거워했다. 낯설고 새로운 것은 언제나 인간을 크게 매혹하는 법. 좋은 공연은 지역민들의 문화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동시에 매력적인 관광상품도 될 수 있다. 이런 간명한 사실을 한국의 지방자치단체가 모를 리 없다. 그렇기에 양질의 문화·예술 공연을 기획하고 무대에 올리고자 고심하고 있다. 영덕군도 마찬가지다. 그 현장을 확인하고 싶어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을 위해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이고 있는 예주문화예술회관과 ‘최고의 야외 공연장’이라 할 수 있는 영덕의 해변을 찾았다.

 

새롭게 단장한 예주문화예술회관 로비.
새롭게 단장한 예주문화예술회관 로비.

◆영덕 아이들에게 즐거움 준 ‘번개맨’과 ‘로봇 SW 페스티벌’

예주문화예술회관은 양질의 공연에 목말랐던 영덕 주민들에게 오아시스와 같은 곳이다. 매력적인 공연이 열릴 때마다 많은 주민들이 회관을 찾는다. 이곳에서 펼쳐진 ‘로봇 SW 페스티벌’ 뮤지컬 ‘번개맨’ ‘코미디 리사이틀’ 등은 장르의 다양성은 물론 기획력까지 돋보였다. 자녀를 동반한 부모, 노인과 청년들이 모여 앉은 공연장은 세대간의 간극을 메워 주기도 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예주문화예술회관이 브로드웨이처럼 보이는 순간이었다.

영덕의 아이들이 특히 좋아했던 작품은 모두가 예상하듯 ‘번개맨’. 아동을 위한 공연이 드문 현실에서 ‘꼬마 관객들’의 환호성을 부른 무대였다. ‘번개맨’이 영덕에 나타난 날은 예주문화예술회관 주차장이 밀려드는 차량으로 몸살을 앓았다.

‘번개맨’은 18년 동안 이어져온 한국의 대표적인 유아 공개방송. 부모들은 휴가를 내면서까지 아이들을 데리고 공연장을 찾았다고 한다.

영덕의 공연기획 실무자들은 EBS를 설득해 예주문화예술회관에서의 3회 공연을 성사시켰고, 3번의 공연 모두 만석을 이뤘다.

‘번개맨’ 출연진과 스태프 200여 명은 영덕에서 3일간 머물며 음식점과 숙박업소를 이용했고,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일정 부분 도움이 됐다.

3천200명의 관람객이 몰린 ‘로봇 SW 페스티벌’도 영덕의 아이들이 즐거워한 행사였다. “콘텐츠가 색달랐고, 진행도 매끄러웠다”는 평가를 받은 이 페스티벌은 영덕문화체육센터에서 열렸다.

행사장을 찾은 아동들은 커다란 로봇과 마술사가 펼치는 특별한 이벤트에 박수를 보냈고, 로봇을 직접 조종하며 게임을 즐기기도 했다. 아들과 함께 온 30대 아버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우리 애들에게 딱 맞는 프로그램”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가족 단위 관람객들에게 인기를 끈 ‘로봇 SW 페스티벌’.
가족 단위 관람객들에게 인기를 끈 ‘로봇 SW 페스티벌’.

◆새롭게 단장한 예주문화예술회관 ‘웃음 가득한’ 각종 공연

예주문화예술회관은 얼마 전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유아를 데리고는 공연 관람이 어려운 부모의 입장을 감안해 유아실을 새로 만들었고, 분장실도 넓혀 출연자들의 불편을 해소한 것. “객석도 기존 531석에서 679석으로 늘어났고, 로비의 디자인도 세련되게 바꾸었다”는 게 이어지는 영덕군청의 설명이다.

새로운 모습을 갖춘 회관에선 ‘코미디 빅리그’와 ‘웃찾사’ 등 TV 코미디 프로에서 활동한 개그팀 졸탄과 DJ 쥬쥬, 개그맨 박수홍, 손헌수가 무대에 섰다.

애초엔 주로 젊은층이 올 것을 예상했으나, 의외로 적지 않은 어르신들이 객석을 찾아 즐거워했다. 이날 관객은 1천100여 명. TV에서 보던 연예인들을 가까이서 만난 관객들은 공연진이 던지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크게 웃었다는 후문이다.

앞으로도 예주문화예술회관의 공연 스펙트럼은 계속 넓어진다. 뮤지컬과 코미디에서 마술쇼, 발레, 비보이 공연까지 확장되고 있는 것.

마술사 최현우의 ‘매직 블록버스터’는 모든 세대가 흥미롭게 관람했다. 익스프레션 크루의 퍼포먼스 ‘마리오네트’ 무대 또한 호평을 받았다. “공짜로 이런 공연을 보는 게 미안할 정도”라고 말한 관객도 있었다고 한다. 가수 홍진영과 조항조의 콘서트는 중장년층에게 좋은 선물이 됐다.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의 연주회와 명창 박준형의 ‘상생 비나리’, 박금희 발레단의 춤 공연 역시 “영덕 주민들의 문화향유권을 신장시 켰다”는 평가다. 지난해 예주문화예술회관을 찾은 관객은 모두 2만2천193명.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오는 10월 29일엔 태권도와 발레, IT융합기술이 결합된 특별한 공연 ‘LED 비바츠 태권·발레’가 무대에 오른다. 한국의 대표적 국기(國技)인 태권도와 서양 예술 장르인 발레에 디지털강국의 면모를 보여주는 첨단 기술까지 더해져 아이들은 물론, 성인 관객도 충분히 매혹할 작품이다.

또 12월 19일에는 아날로그 세대의 감수성을 민감하게 자극할 영덕군 송년콘서트 ‘015B&김형중 메모리즈’가 예정돼 있어 벌써부터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중장년층에게 인기 높았던 가수 홍진영의 공연.
중장년층에게 인기 높았던 가수 홍진영의 공연.

◆‘영덕 해변’은 그 자체로 이미 훌륭한 공연장

사시사철 푸른 파도가 매혹하는 영덕의 바닷가도 예주문화예술회관 못지않은 ‘최고의 공연장’이 돼주고 있다. 해변은 영덕군이 가진 또 다른 ‘명품 공연장’이다.

‘썸머&뮤직페스티벌’은 영덕 해변에서 펼쳐지는 흥겨운 문화·예술 행사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관광객과 군민이 모이는 곳에 직접 찾아가 그들과 즐거움을 나눈다는 것이 특징이다. 가창력을 인정받는 가수 김범수와 금잔디, 걸그룹 ‘여자친구’ 등이 이 공연에서 최고의 무대를 선보였다.

지역의 음악 동호인들도 평소 갈고 닦은 솜씨를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영덕군 여성합창단과 영덕 색소폰동호회, 예주줌마난타팀, 통기타 동호회 ‘들꽃’ 등은 부정할 수 없는 영덕 해변의 스타다. 이들 외에도 ‘영덕 최고의 관광지’로 이름 높은 고래불해수욕장, 대진해수욕장, 장사해수욕장엔 걸그룹 모모랜드, 가수 김연자, 부활, 휘성 등이 찾아와 팬들에게 흥겨움을 선사했다.

대중음악 공연과 함께 테너 류정필과 소프라노 한경미 등은 클래식의 아름다움을 영덕군민들에게 선보였다. ‘뮤지컬 갈라쇼’를 통해서다. 강구정보고등학교 치어리더들의 깜찍한 율동도 어르신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청춘버스킹 공연’이란 제목으로 열린 김창기밴드와 ‘자전거 탄 풍경’의 콘서트, 재즈 팝 밴드 ‘클래시 도미넌트’ 콘서트도 주목받은 공연들이다.

 

긴장감 넘치는 최현우의 마술쇼.
긴장감 넘치는 최현우의 마술쇼.

◆‘장사리-잊혀진 영웅들’과 함께 한 썸머 뮤직 페스티벌

얼마 전 개최된 올해 ‘영덕 썸머뮤직 페스티벌’은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를 영화로 제작한 ‘장사리-잊혀진 영웅들’과 함께 한 의미 깊은 자리였다.

‘자유의 함성: 장사 여름 상륙작전’이란 헤드카피가 행사장을 찾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가수 DJ DOC와 오마이걸, 위키미키, 핑크레이디, 왁스 등이 영화의 무대가 된 장사해수욕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화려한 해상 불꽃놀이도 관람객의 탄성을 불렀다. ‘물총 페스티벌’과 모래 조각전도 동시에 열려 주민들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시켰다.

대진해수욕장에서는 청춘버스킹 방송 녹화가 진행됐고, 예주문화예술회관에선 미니콘서트도 펼쳐졌다.

축제 현장을 찾은 이희진 영덕군수는 “우리 군을 찾아준 관광객, 군민들과 의미 있는 행사에서 기쁨을 나눌 수 있어 더없이 즐겁고 영광스럽다”는 인사말을 전했다. 영덕군청 또한 “앞으로도 실력 있는 뮤지션과 예술가들을 초청해 여행자와 주민들이 잊지 못할 추억을 간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으로 향후 축제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를 증폭시켰다.

예주문화예술회관과 영덕 해변에선 앞으로도 각종 콘서트와 문화·예술 공연이 이어질 예정이다.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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