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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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도를 아십니까?

갑자기 함박도 라고 불리는 섬이 관심을 끌고 있다. 아마도 이런 섬이 있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된 국민들도 많을 것 같다. 조그만 한반도에 3천여 개의 섬이 있다고 하는데 독도의 10분의1 밖에 안 되는 작은 무인도 섬 함박도를 기억하긴 쉽지 않다.

그런데 갑자기 이 함박도가 관심을 끄는 건 웬일일까? 최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함박도에 북한이 레이더 기지를 건설한 것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함박도 정상에는 감시소로 추정되는 2층 건물 위에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고 이 건물 바로 옆 철탑에는 레이더 감시시설이 설치돼 있고 북한군 30명이 막사로 쓰는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 2개도 포착되었다고 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 레이더는 군사용 레이더가 아니라 일반 상선이나 어선에 달려있는 항해용 레이더”라며 “선박 감시만 가능한 것”이라고 애써 강조하고 있다. 함박도는 서해 연평 우도에서 북쪽으로 8㎞, 말도에서 서쪽으로 8㎞ 떨어진 1만9971㎡(6000평) 크기의 작은 섬이다. 대연평도와는 28㎞ 떨어져 있다. 섬의 모양이 함박(함지박)과 닮아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 섬의 주소는 공식적으로 인천광역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 산97번지이다. 함박도는 강화군 서도면 어민들이 오래전부터 갯벌에서 조개잡이 어업을 하던 무인도였으나 현재는 어로가 금지된 군(軍)의 작전구역이고 주소가 인천광역시라면, 북한군이 한국 땅에 무단 상륙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함박도가 대한민국 영토였다는 증거가 많이 있지만 1965년 10월 발생한 북한의 우리 어민집단 납치 사건을 보도한 당시 신문 기사를 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1965년 10월30일자 주요 일간지들의 1면 기사의 큰 제목은 ‘서해 말도 근해서 북괴 무장선에 50여 명이 조개 캐다 집단 피랍’이었다. 이 신문 1면에 실린 지도에는 함박도가 휴전선 아래에 그러져 있다. 이들 신문 기사 어디에도 어민들이 NLL(북방한계선)을 ‘넘었다’거나 ‘침범했다’는 표현은 없었다.‘남방한계선 근처에서 조개잡이를 했다’는 기록뿐이었다. 또 함박도 인근을 ‘(조개잡이) 황금어장’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현재 주소가 대한민국으로 되어 있는 섬이고 한국의 땅을 북한이 불법 점령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주소 등록이 잘못되었다고 변명을 할 일이 아니라 명확히 함박도의 소유권을 규명해야 한다. 대한민국 땅을 북한이 장기간 실효 지배해온 것이라면 그렇게라도 발표하고 당장 찾지 못한다고 하여도 우리 땅임을 선언해야 한다.

북한의 눈치를 보고 있는 정부의 대북정책의 모습이 이번 함박도 사태에서도 여실히 보여지고 있다. 함박도가 한국의 영토라고 선언하고 북한에게 철수하라고 왜 소리치지 못하는지 국민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정부가 앞장서서 북한 땅이라고 홍보하는 모양새는 국민으로서 너무 자존심이 상하는 모양새이다. 그렇지 않아도 조국 사태로 어수선한 정국에 국민의 자존심이라도 세워주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