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종 경북대 교수·노문학
김규종 경북대 교수·노문학

지난 9월 19일 오전 10시 30분부터 낮 12시까지 전남대 인문대학 소강당에서 의미 있는 사건이 있었다. 대구시장이 전남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최초로 강연을 펼친 것이다. ‘권영진이 들려주는 달빛동맹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90분 동안 진행된 강연회에 300여 전남대 학생들이 자리를 빼곡하게 채웠다. 휴대전화 한 번 울리지 않는 분위기에서 학생들은 끝까지 경청하는 자세로 권 시장이 전하는 달구벌 대구와 빛고을 광주 강연에 임했다.

“대구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게 뭐죠?” 하는 질문으로 학생들의 말문을 틔운 권 시장은 정치학 박사답게 능수능란하게 강연을 인도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유익할 만한 경험을 골라내 인생 선배로서 깨우침을 나누어 주었다. 안동에서 대구로, 대구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다시 대구로 이주한 간단치 않은 인생사는 정치인 이전에 자연인 권 시장을 이해하도록 한다.

“나는 왜 대구시장이 되었는가?!” 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제18대 국회의원 이력을 가진 그는 무엇 때문에 대구에 왔을까. 정쟁국회를 일신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그는 정당을 변화시키지 않고는 한국정치의 변화 가능성이 없음을 절감했다 한다.

공천권을 가진 자가 여의도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그에게 줄을 대야 국회의원이 되는 정치상황에 절망했다는 권 시장. 대구의 12명 국회의원보다 1명의 시장이 되어 대구를 변화시키는 일이 국회의원 직분보다 소중했다는 말도 보탠다. 청년들이 해마다 대구를 떠나는 비감한 사태를 종결하고, 그들에게 꿈을 주는 시정(市政)을 펼치고자 진력해왔다는 권 시장. 목표달성은 미완이지만, 그것을 향한 여정은 지속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대구처럼 광주 청년들도 서울로 떠나가고 있음을 적시하면서 그는 대구와 광주의 상생과 공존을 피력한다.

임란 당시 의병활동과 1929년 광주학생운동 그리고 5.18 민주화운동의 광주와 1907년 국채보상운동과 1960년 2·28의거를 경험한 대구의 협력을 언급한다. 의향이자 예향인 대구와 광주가 과도한 수도권 집중으로 피폐해진 지역발전의 견인차 노릇을 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것을 위해 광주와 대구를 잇는 고속철도건설이 필수적이라고 방법론도 제시한다. 대구와 광주를 오가는 과정에서 영호남의 단결과 시너지 효과가 배가될 것이라고 말한다.

서울과 경기도에 특혜와 특권이 몰려있음에도 신도시를 만들고 지하도로를 뚫겠다는 발상은 지방말살을 결과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까닭에 대구와 광주, 영남과 호남이 손을 맞잡고 지역의 상생과 화합과 발전을 함께 도모함은 당연한 일이다. 전남대 학생들에게 넓은 시야를 가지도록 권 시장 강연은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그의 강연을 계기로 영호남 인적교류가 보다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이번 강연은 전남대 인문대학 류재한 학장이 권영진 대구시장을 초청하여 진행되었으며, 정병석 전남대 총장과 대학본부 관계자들의 노고에 힘입은 바 크다. 역동적인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양심적인 지식인들이 있는 한 우리나라는 오래도록 건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