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는 11월 말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는 국가정보원의 판단이 나왔다. 일단 가능성이 높은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만일 이 같은 전망이 극적으로 현실화된다면 무엇보다도 감성적인 반응을 절제하는 우리 국민의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김 위원장을 자극할 이유도 없지만, 과잉환대 호들갑으로 오판하게 만들어서도 안 된다. 특히 김정은의 방남(訪南)에 과도한 찬반 논쟁을 분출하며 남남갈등을 일으키는 추태는 자제돼야 한다.

국가정보원은 24일 서훈 국정원장이 출석한 가운데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앞으로 2∼3주 안에 재개될 북미 간 실무협상 결과에 따라 북미 정상회담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남 등 세기적 이벤트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일단 “북미 실무협상에서 실질적 결과물이 나와야 하고, 그 이후 이야기를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예 부정적인 전문가 의견도 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금 남북 간의 채널이 거의 닫혀 있는 판에 가능성이 한 30%라도 되느냐?”고 반문했다.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김정은 위원장의 방남은 문재인 대통령의 답방 형식이 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만에 하나 국정원의 예상처럼 부산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파격적인 형식이 된다면 이는 엄청난 변화로 볼 수 있다. 국제회의 석상에 북한 지도자가 나타나는 초유의 사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되 지극히 이성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 지금까지 북미대화와 남북대화가 그랬던 것처럼 ‘꽹과리 소리만 요란하고 변한 것은 하나도 없는’ 외화내빈(外華內貧) 잔치로 끝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김정은의 부산행 이벤트를 놓고 국론이 찬반으로 나뉘어 극한대결 양상을 연출하는 험악한 현상이 용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북한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우리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도 ‘뱀의 차가운 머리’가 필요한 일이 될 것이다. 예기치 못한 일들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변화무쌍한 혼란시대에는 슬기롭게 미리 대비하는 쪽만이 살아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