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한동대 교수·언론정보문화학부
장규열 한동대 교수·언론정보문화학부

‘삶은 어렵다.’ 심리학자 스캇펙(Scott Peck) 교수의 저서 ‘아직도 가야 할 길(The Road Less Traveled)’의 첫 문장이다. 힘들고 거칠고 고생스러운 길이 싫기는 해도, 살아가는 일이란 누구나에게 어렵다. 이 한 문장은 저자가 ‘진리’라고 표현했을 만큼, 삶은 예외없이 어렵다. 모두에게 어렵다는 확인은 우리를 차라리 안심하게 한다. 내가 힘든 만큼 남도 힘들다는 게 아닌가. 생업에 지치고 입시에 시달리느라 일상이 팍팍하다. 가파른 경쟁의 언덕은 언제나 낮아지려는지. 비좁은 취업의 관문은 혹 열릴 날이 있을까. 다투고 헐뜯으며 끌어내릴 게 아니라, 사실은 모두 서로서로 다독여야 하는 게 아니었을까. 어려운 삶은 가히 ‘전쟁’이 아닌가.

비무장지대. 살육과 포화의 기억으로 가득한 한반도의 허리춤. 대통령은 유엔연설에서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어보자고 제안하였다. 전쟁의 기억을 평화의 기대로 바꾸어보자는 생각. 분단의 현장을 화합의 들판으로 바꾸어 보자는 요청에 세계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지난 세월 나뉘어 살았던 길을 돌아보면서 앞으로는 어울려 살 희망을 지어보자는 제언이 아니었을까. 그 옛날, 국제연합 유엔(United Nations)을 세우면서 전쟁을 극복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지구를 꿈꾸었던 이들의 원대한 소망을 다시 확인하고 있지 않은가. 한반도를 언제까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이나 모색하는 처량한 신세로만 여길 것인가. 세계가 한반도에서 평화와 소통을 배우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꿈이 그렇게 있어도 현실은 이렇게 어렵지 않은가. 비무장지대가 반도의 허리를 가르듯, 국민의 마음은 절반으로 나뉘었다. 생각은 ‘비무장지대’인데 현실은 ‘무장지대’인 셈이다. 겉으로는 웃는 낯인데 속으로는 칼을 품는다. 무기보다 마음이 더 무서운 것일까, 좀처럼 다가설 줄 모른다. 21세기에도 이념은 작동하는지, 끊임없이 너는 어느 쪽이냐 묻지 않는가. 편갈라 줄세우고 내 편 아니면 귀를 닫는다. 확증편향의 무한반복이라 겨레의 마음은 편할 날이 없다. 팩트를 놓고 상식으로 답하면 될 일도 좌우를 가르고 나면 의미가 없다. 언제쯤 우리는 이념으로 갈등하는 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유엔의 무대에서도 국익을 다투기는 해도 더 이상 이념으로는 경쟁하지 않는다. 비무장지대가 참으로 평화의 무대가 되려면 이념에 붙들린 우리의 모습부터 살펴야 한다.

한반도에서 갈등은 분단 탓이라 한다. 세계가 이념을 걷어내는 만큼, 시대가 요청하는 가치에 답해야 한다. 경쟁을 극복하고 상생하며, 다툼을 넘어 공존하고, 이념의 갈등을 딛고 함께 나아가는 한반도를 만들어야 한다.

오늘 당장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라도, 이를 어떻게 이겨낼 것인지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삶이 어차피 어려운 것이었다면, 오늘 힘든 한반도와 우리의 운명도 날마다 이겨내야 할 숙제가 아닌가. 삶이라는 전쟁터에도 비무장지대와 평화의 마당을 만들 수 있을까.

전쟁보다는 평화가 낫지 않은가.

다툼보다는 화합이 낫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