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요즈음 과거에는 들어보지도 못했던 기발한 지역 축제나 선발대회들이 많다. 영양의 고추아가씨, 김천의 포도아가씨, 남원의 미스 춘향, 장성의 홍길동축제가 있다. 그리고 천안의 흥타령춤 축제나 성남의 춤짱 선발대회 등도 젊은이들이 끼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놀이터가 됐다. 이처럼 지역 특산물이나 지역과 관계되는 옛날 이야기속의 등장인물, 그도 저도 아니면 하나의 주제로 특화시켜 국제적인 규모의 행사까지 확대 가능한 분야를 선정해 지역의 명물로 키워나가고 있다. 각 지역이 이처럼 자기 고장의 독창적인 무엇인가를 열심히 찾고 만드는 데 열중하는 것은 모두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최종목표를 이루기 위함이다.

그런 면에서 포항도 이들 지역에 비해 전혀 밀리지 않는 소재와 자원을 가지고 있다. 도농복합도시답게 전국 브랜드로 성장한 구룡포과메기를 비롯하여 이제는 부추, 시금치, 문어, 아귀, 가자미 등 지역농수산물을 ‘영일만 친구’라는 통합브랜드로 묶었고, 최근에는 같은 이름의 야시장까지 열고 있다. 포항산 시금치는 수도권에서 이미 ‘포항초’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유명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농수산물은 계절이나 기후변화에 따라 품질, 시세가 달라질 뿐만 아니라 그마저도 전국 어디에서든 온라인구매가 가능해 관광객을 모으는 역할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

반면, 지역이 지닌 유무형의 문화유산은 연중 어떠한 상황이라도 큰 영향을 받지 않고 고부가가치의 관광자원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금년은 특히 포항시가 시로 승격한지 7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기도 하여 지역 단체들도 이를 이용한 다양한 축제나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포항의 읍면동 단위에서도 해당 지역에 의미 깊은 행사를 적지 않게 개최하고 있다. 그만큼 포항에는 유무형의 문화유산이 차고 넘친다는 이야기다.

당장 다음 달인 10월은 문화의 달이기도 하다. 그 직전인 이번 주부터 포항문화재단이 야심차게 준비해온 한국형 암각화의 원형이라고도 평가받고 있는 포항암각화의 특별전(아로새기다, 바위그림 인류최초의 기록)이 포문을 연다. 그 후 포항의 전설인 연오랑 세오녀를 배경으로 하는 제13회 일월문화제도 개막된다. 특히 삼국유사에 나오는 연오랑 세오녀의 설화는 오직 포항만이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는 콘텐츠다. 이것을 주제로 삼은 축제나 행사는 기획하기에 따라서는 전국을 뛰어넘어 국제행사로도 확장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포항이 가진 강력한 무형자산의 하나인 것이다.

금년에도 일월문화제와 함께 연오랑 세오녀 부부선발대회가 개최된다. 바로 여기에 새로운 축제를 기획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 지금까지 포항에서 개최해온 부부선발대회는 그대로 두면 된다. 여기에 20대, 30대 젊은이들을 포항으로 유인할 수 있는 이벤트를 새로 만들었으면 한다. 굳이 이름을 붙여본다면 미스터 연오랑, 미스 세오녀 선발대회가 되지 않을까. 다소 철지난 축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국의 끼 넘치는 20대, 30대의 미혼 남녀들이 미스터 연오랑과 미스 세오녀를 꿈꾸며 찾아오는 새로운 놀이마당. 이 또한 포항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관광 상품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