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출근길에 올려다 본 서쪽 하늘에 한가위 달이 하얗게 떠 있었다. 비록 모습은 한가위 날에 본 둥근 보름달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힘들게 사는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한가위의 희망을 마지막까지 나눠주려는 달의 모습에 힘이 났다. 필자는 생각했다, 저 달이 다시 둥글게 차오르는 날엔 지금보다 더 환하게 살리라고. 그리고 ‘달빛기도’(이해인)라는 시를 떠올렸다.

“너도 나도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둥근 달이 되는 한가위//(중략) 우리의 삶이 욕심의 어둠을 걷어 내/좀 더 환해지기를/모난 마음과 편견을 버리고 좀 더 둥글어지기를//(중략)//한가위 달을 마음에 걸어 두고/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 둥글게”

시를 생각할수록 시인의 간절함이 느껴졌다. 모난 마음과 편견을 버리고 우리 모두가 내내 행복하기를 바라는 시인의 기도가 꼭 이루어지기를 바랐다. 시인은 시를 통해 우리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을 제시하였다. 그것은 달처럼 둥글게 사는 것이다.

모처럼만에 시상이 떠오르려는 순간 방정맞은 메시지 알림 소리에 시상이 날아가 버렸다. 메시지 내용은 개혁을 외치는 장관 이야기! 개혁이라는 말을 보면서 대통령 취임사를 생각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 도대체 뭐가 평등하고, 뭐가 공정하고, 뭐가 정의로운지 대통령에게 따져 묻고 싶었다. 대통령이 생각하는 평등과 공정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이 조국에서 가장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분야는 바로 교육이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제도 중 하나가 ‘학교 내 대안교실’이다. 왜냐하면 같은 중학생이지만 일반 중학교 학생들은 무상교육에 대안교실 프로그램까지 지원받으면서 학교생활을 하지만, 대안학교 학생들은 국가로부터 단돈 1원의 지원도 못 받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많은 예산이 투입된 학교 내 대안교실 프로그램이 효과가 있냐면 그것도 분명 아니다. 대안교실을 정규 교육과정에서 운영하고 있는 학교가 과연 몇 개나 될까? 교무실에서 상담실로 떠넘기기식으로 맡겨진 대안교실이 교육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을까?

“예산은 있는데 대안교실 프로그램에 참가하고자 하는 학생이 없어요. 많은 학생들이 자신들이 문제아로 낙인 찍힐까봐 거부해요. 체험활동도 한 두 번이지, 진짜 힘들어요.”

3년 전 컨설팅에서 들은 어느 대안교실 운영자의 하소연이 지금도 귀에 생생하다. 필자는 대안 교실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음과 같이 대안교실 컨설팅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담당자를 전문 상담사에서 일반 교사로 전환, 학습과 체험 프로그램이 조화를 이루도록 사업 계획서에 명기, 관리자 및 담당자 연수 조기 시행 (…)”

지난 8월 경북 남부권 대안교실 운영자들이 산자연중학교를 찾았다. 필자는 이들이 더 없이 반가웠다. 왜냐하면 학교 내 대안교실 제도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또 필자의 제안이 얼마나 받아들였는지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론은 3년 전과 변한 것이 없었고, 대안교육 담당자들의 한숨소리는 더 커졌다. 예산 쓰기용 학교 내 대안교실, 과연 이대로 좋을까? 이 제도를 주관하는 교육청 관계자에게 묻고 싶다, 대안 교육이란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