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동해안이 17호 태풍 ‘타파’에 된서리를 맞았다. 도로 유실과 절개지 붕괴 등의 시설물 피해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농작물 피해가 컸다. 경북도내 농작물과 농업시설 피해는 17개 시·군 606.7㏊로 잠정 집계됐다. 추수를 앞둔 벼가 논바닥에 쓰러지고 수확을 앞둔 사과와 배 등의 과수들은 바닥에 나뒹굴어 농민들을 망연자실에 빠졌다.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민간 차원에서도 신속한 복구를 지원하고 돕는 일에 머뭇거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23일 오후 4시까지 잠정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주말 한반도를 모질게 할퀸 태풍 ‘타파’는 전국적으로 중상자 2명, 경상자 29명 등 모두 31명의 인명피해를 남겼다. 시설물 피해는 민간시설·공공시설 포함하여 모두 1천733건으로 집계됐다. 또 농경지 3천249㏊가 침수되고 옥외간판 파손은 253건에 달했다. 전국 9개 지역 2만7천787가구에서 정전피해가 발생했다.

포항과 경주를 비롯한 경북 동해안에 많은 생채기가 남았다. 경북도내에서는 모두 585.9㏊의 농지에서 벼가 쓰러지거나 낙과 피해가 발생했고 농업 관련 시설물 20.8㏊가 파손됐다. 작물별로는 벼 367.4㏊, 사과 176.2㏊, 배 34.5㏊, 대추 5.67㏊, 마늘 1.2㏊ 등이다. 지역별로는 봉화, 구미, 성주, 포항, 경산 등지에 피해가 집중됐다. 다음 달 8일까지 정밀조사가 끝나면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살아가기가 팍팍한 농민들이다. 뙤약볕 아래에서 구슬땀으로 애지중지 키워온 농작물이 한나절 ‘싹쓸바람’에 초토화가 된 모습을 바라보는 농민들의 시름이 말이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지체하지 말고 총력 지원에 나서야 한다. 대자연의 불가항력적 심술을 어찌하겠는가. 농민들의 노고로 혜택을 보고 있는 국민도 피해 농가를 도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무너진 하우스, 뿌리까지 뽑힌 과수와 진창 속에 속절없이 넘어진 벼를 바라보는 농민들의 눈빛이 처연하다. 누군가 의지할 이웃이 있고, 자치단체가 있고, 나라가 있다는 믿음만이 그들에게 귀한 용기를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