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정문화부장(부국장대우)
윤희정 문화부장(부국장대우)

바야흐로 100세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으로 100세 이상의 노인이 더 이상 신기하지 않을 만큼 인간의 수명은 길어지는 중이다.

200년 전 인류의 평균 수명은 20∼30세에 불과했다. 60년 전 우리나라 평균 수명도 47세에 불과했다. 하지만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수명은 2010년 기준으로 남자가 80세, 여자가 85세에 다가서고 있다. 40년 전 여성의 평균 수명이 66세였으니까 1년에 0.5년씩 늘어나는 셈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30년 후쯤이면 여성의 평균 나이가 97세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줄기세포 등 요즘 생명공학의 발전 속도로 미루어 볼 때 100세 시대는 더욱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인구의 상당수는 100세 이상의 초장수를 누리게 될 전망이다. 100세 시대에 대한 이해와 이에 대비하기 위한 실천이 필요해지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노화 연구의 권위자, 장수학자라 불리는 박상철 전남대 석좌교수는 ‘웰에이징’이라는 책에서 “실체적 초장수의 모습은 항노화, 노화 방지로 표현되는 안티에이징(Anti-aging)이 아니라, 오히려 노화를 받아들이고 능동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하는 웰 에이징(Well-aging·참늙기)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한다. “웰에이징으로 가는 길은 우리의 삶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우리의 일상생활을 조금씩 고쳐 가면 된다”는 그는 웰에이징의 건강한 삶을 위한 다섯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적응해야 한다’, 세 번째 ‘정확해야 한다’, 네 번째로 ‘느껴야 한다’, 다섯 번째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에 대한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인지적 기능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편으로는 고령화가 사회적 재난으로 칭할 만큼 심각한 수준이라는 걱정도 있다. 지역 재정 악화부터 지방 소멸까지 얽혀 있는 문제들도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염려들도 이어진다.

무엇보다 오래 사는 것보다 삶의 질이 문제다. 삶의 내용이 얼마나 보람되고 충실할 것인가, 이것이 문제다. 아무 의미 없이 생명만 연장하는 삶, 즐거움이란 없고 병환으로 고통만 있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다만 장수는 비용 부담을 수반하므로 자칫 돈 있는 사람은 오래 살고 돈 없는 사람은 일찍 죽는 그런 세상이 오게 생겼다. 따라서 100세 시대를 축복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개인의 재무설계와 국가의 보편적 공공복지 노력이 필수적이다.

정부가 2022년부터 사실상 정년을 단계적으로 연장하고 국민연금 의무가입 나이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상향 조정하는 논의도 재점화된다고 하니 믿고 기다려 볼 일이다.

머지않아 노인의 삶의 질 연구를 위한 정부 기구가 만들어져 풍요로운 백세인의 삶도 열릴 수 있지 않겠나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