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침수로 큰 피해 입은
강구·남정면 주민들 뜬눈 지새
빗물 저류시설 설치 등 준비 철저
피해 줄이고 복구도 빠르게 처리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하고 꼬박 뜬눈으로 지샜습니다. 혹시 집중 호우로 하천이 범람하면 즉시 대피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도 갖춰 놓고 있었습니다.”

제17호 태풍 ‘타파’가 포항과 영덕 앞바다를 지나간 23일 아침. 영덕군 강구면 강구시장 주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비록 밤새 불안에 떨며 긴장했던 것과 달리 별탈없이 태풍이 지나가자 한시름 놓았다는 표정이었다.

영덕군 강구면과 남정면 주민들은 지난해 10월 7∼8일 이틀간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제25호 태풍 ‘콩레이’가 할퀴고 간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았다. 태풍 타파의 동해안 북상 소식만 듣고도 바짝 긴장했다.

주민 김모씨(67)는 “지난해 콩레이 때 갑자기 홍수처럼 밀려든 빗물로 주택이 침수돼 몸만 간신히 빠져 나왔다”며 “물에 잠긴 주택을 재건하고 재활의 의지를 다지는데 상당한 시간과 아픔을 겪었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이어 “올해 닥친 태풍 타파로 인해 무섭게 불어닥치는 비 바람소리에 자칫 지난해 태풍 콩레이의 악몽이 재현되는 건 아닌지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번 태풍으로 영덕은 평균 강수량 157.9mm를 기록했고, 일반 시설 피해는 9건으로 대부분 조치가 완료됐다. 이처럼 빠른 복구는 지난해 콩레이 때보다 비가 적게 온 탓도 있으나 영덕군의 태풍대비책이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지난해 태풍 콩레이 때 이틀간 평균 310mm의 비가 내려 강구시장 일대가 물바다가 됐다. 농경지 시설파손 등을 제외하고 314세대, 501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었다. 당시 강구시장 맞은편 배수펌프장 2곳에서 분당 60t의 물을 빼내는 펌프 4대를 가동했으나 인근 하천의 물이 넘쳐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제기능을 하지 못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에 군은 한국유체학회 침수원인분석용역 의뢰 후 강구 오포지구 우수(빗물)저류시설 설치사업 보수 작업을 물에 잠긴 수위에 맞춰 바닥을 1.2m 끌어올렸다. 수배전반과 계측제어설비를 교체하고, 수중모터 (케이블, 모터, 코일등)와 보수가동보를 정비했다. 또 행정안전부에서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2020년 우수저류시설 설치사업 공모에서 전국 1위를 해 사업비 87억원을 확보했다.

강구 화전지구 우수저류시설 사업은 2020년까지 기본 및 실시설계를 완료하고 2023년까지 물이 스며들지 않는 우수저류시설이 설치된다.

강구시장과 오포리 일원의 침수피해의 주된 원인인 화전천 범람에 대비해 현재 추진 중인 강구배수펌프장 재해복구사업(용량증설), 화전소하천재해복구공사가 준공되면 향후 이 지역의 상습침수피해는 완전히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영덕군 관계자는 “지난해 태풍 콩레이의 학습효과를 통해 주민들과 행정기관이 합심해 만반의 준비를 했고, 이런 노력이 태풍 피해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같다”고 말했다.

영덕/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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