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명시인
조현명 시인

TV 인기드라마로 교육문제를 다룬 ‘스카이 캐슬’을 통해 확인하게 된 사실이 있다. 교육은 우리 사회에서 신분 상습의 수단이라는 것이다. 부정할 수 없이 출세주의, 학력간판주의가 뿌리 깊다. 최근 정치권에서 불거져 나온 ‘논문 1저자 등재’에 관한 논란도 다 그런 바탕에 있다. 이런 바탕에서 학교 진로교육은 방향을 잃고 표류해 가고 있다.

먼저 진학 지도에 비해 진로 지도와 상담은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하다.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진로교육에 있어서도 학생의 적성과 내면적인 성숙을 근거로 한 것이 아니라 학교성적과 진학, 취업가능성 위주로 다루고 있다. 현재 적용하고 있는 2015 개정교육과정은 더욱 심각하다.

고교 1학년 2학기면 진로를 선택하고 그에 맞는 2, 3학년에 배울 과목을 선택하도록 강요한다. 중학교의 자유학기제와 진로교육에 의해 학생들이 대부분 진로를 확정했다고 보는듯하다. 잘못되었다. 기초공사가 안 된 바탕 위에 집을 지으려고 하는 일이다.

학생선택형 교육과정이 마치 진로교육을 위한 것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그 반대이다. 선택형교육은 이미 실패로 보고된 바 있다. 그런 실패의 보고에도 불구하고 계속 시도되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매우 이상적인 정책이기 때문이다. 정책당국의 입장에서 보면 그럴듯하고 국민들에게도 치적을 드러내고 홍보하기 좋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매우 불합리한 정책이다. 시범학교들은 늘 자화자찬의 결과논문을 보고한다. 이것은 교직사회에 만연한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의 결과이다. 안 될 정책들이 계속 현장에 적용되면서 기형적인 교육이 만들어져가고 있다. 그중 자유학기제와 진로선택중심형 교육과정이 1순위로 손꼽힐 만하다.

사실상 학교진로교육은 결국에는 학생 자신과 학부모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유교적인 정신이 남아있어 ‘사’자로 끝나는 직업을 선호하고 일부 직업은 천하게 여겨 기피하는 풍토다. 그래서 교육당국은 학부모교육까지 실시하고 있다. 한 번 하겠다고 시작한 정책을 쉽게 포기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무용에도 불구하고 학부모의 의식까지 바꾸면서 가야겠다는 발상은 계란의 바위치기로 보인다. ‘시장의 흐름에 따라가라’는 금융시장의 격언이 있다. 교육에 시장논리를 적용하기란 문제있어 보이지만 학부모들의 의식과 풍토 그리고 움직임은 시장의 흐름을 닮았다. 그동안 교육당국이 사교육시장을 잡으려고 노력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학생부종합전형의 자기소개서 대필이나 스펙 만들기를 없애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근절되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다음 두 가지로 간단히 학교진로교육에 대해 제언하려 한다. 첫째, 진로교육의 한계를 인정하고 기본교육의 바탕 위에 진로교육을 도입하자. 그러므로 자유학기제와 고등학교 진로선택형 교육과정을 완화해야 할 것이다. 둘째, 학교에서 진로교육이 행사 위주가 되지 않도록 유도하고 학교의 모든 교육에 자연스럽게 흡수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므로 진로상담에 대한 체계화가 필요하고 담임교사가 진로교사가 되는 학교진로교육의 시스템화가 필요하다. 차라리 담임교사라는 명칭보다 진로교사라고 부르는 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