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목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지난 1960년대에서 90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은 고도의 경제성장 시대였다.

어렵고 힘들었던 그 시절 홍콩영화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었던 오락물로 큰 인기를 누렸다. 60년대에서 70년대를 거쳐 80년대까지 홍콩영화는 한국의 극장가에서 주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당시 홍콩영화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위안거리였고, 만화경같은 존재였다. 해외여행 자유화가 실시되지 않았던 시절, 아니 해외여행 자유화가 있었다 해도 갈 돈이 없었던 시절, 이소룡, 성룡, 왕조현에서 주윤발, 장국영으로 이어지던 홍콩 영화는 당시 해외를 간접적이나마 볼 수 있었던 몇 안되는 창구였다.

그러다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이 이루어지고 일국양제라는 타이틀 아래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하나의 국가 안에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서로 다른 두개의 체제가 공존하게 되었다.

홍콩의 주권 반환 후 50년간 중국은 외교와 국방에 대한 주권을 부여하고 홍콩은 자치권을 가지기로 하였다. 그러나 중국영향 하의 공산주의를 두려워한 수십만 명의 홍콩인들이 캐나다, 호주, 미국 등지로 이민을 떠났다. 이 시기를 전후해서 홍콩영화는 과거의 영광을 누리지 못하고 쇠퇴하고 만다. 홍콩의 경제도 이전과 같이 활성화되지 못하였다.

이러한 홍콩이 요즘 난리를 겪고 있다. 오늘날 홍콩의 시위를 바라보노라면 데자뷔(deja vu)를 느끼도록 한다.

우리나라가 70년, 80년대 민주화투쟁을 겪으면서 경험한 것이다. 최근 홍콩의 시위는 홍콩범죄인 인도법이 발단이다. 이는 홍콩에서 범죄자를 중국대륙으로 송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법으로 홍콩에서 대만, 중국, 마카오 등 역외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 해당 국가에 신변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에 반대하는 인권운동가나 반체제 인사들을 중국으로 인도하는 데 악용될 소지가 크므로 홍콩시민들은 이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결국 홍콩에 대한 중국의 간섭이 심화되고, 홍콩의 자유가 억압될 수 있다는 것이 홍콩시민들을 시위로 나서게 하는 것이다. 홍콩은 과거 약 150여년간 식민통치이기는 하지만 영국령으로서 민주주의를 경험하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15번이나 지났으니 홍콩인으로서의 민주화의 열망은 당연할런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눈을 돌려보자. 진보와 보수의 갈등, 일본의 수출규제, 장관 인사청문회 등의 문제로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도 시끄럽기 짝이 없다. 하지만 우리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이룩해 놓은 산업화와 민주화의 토대 위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대결구도는 역설적으로 민주화를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여’가 ‘야’가 되고 ‘야’가 다시 ‘여’가 되고, 음지가 양지가 되고 양지가 음지가 될 수 있는 나라. 누구는 평생 ‘여’만 하고, 누구는 평생 ‘야’만 하면 불공평하지 않는가? 정책으로 평가받고, 표심으로 선택받을 수 있는 우리나라는 그래도 좋은 나라인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