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어 행사 주최서 밀려나
설립 목적 어긋난 식물기관 전락
“시, 문화관광 우수축제 선정될
의지 전혀 없나” 비판 쏟아져

경주시가 지역의 각종 행사를 주관하기 위해 설립한 (재)경주문화재단이 유명무실한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경주시는 제47회 신라문화제를 준비하면서 (재)경주문화재단의 설립 목적마저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행사를 강행해 문화재단 관계자들이 행사의 주인자리를 내주고 뒷전으로 밀려났다며 강한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경주문화재단은 지역 문화복지 증대 구현을 목적으로 시가 매년 수십억원의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운영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경주문화재단은 최양식 전 경주시장이 지난 2011년 1월 31일 경주시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고 문화관광사업을 통해 지역사회 발전과 시민의 문화 복지 증대를 구현하겠다는 목적으로 설립했다. 그해 6월 3일 경북도로부터 법인 설립 허가를 받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관광진흥지원사업와 문화관광 축제사업, 문화콘텐츠 개발, 경주예술의전당 운영, 시립예술단 운영, 예술아카데미 운영, 기타 문화 관광진흥을 위해 시장이 추진하는 각종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취임한 주낙영 경주시장은 2020년 문화체육부 문화관광 우수축제 선정을 목표로 2019 제47회 신라문화제를 준비하면서 경주문화재단 설립 목적에 맞지 않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행사에서 배제했다.

시는 10월 3일부터 9일까지 7일간 29억원(도비 5억, 시비 24억)의 예산으로 ‘신라 화랑에게 풍류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와 ‘신라의 빛 신라의 꽃 화랑’이란 슬로건으로 신라문화제를 개최한다.

문화제의 주최는 경주시, 주관은 신라문화선양회와 (사)한국예총 경주지회 정해졌다. 정관에 따라 전체 행사를 주최 및 주관해야 할 경주문화재단은 후원사로 분류해 개막식만 맡겼다.

경주시가 막대한 예산을 출연해 운영하는 재단에 본연의 업무를 맡기지 않은 것으로 재단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시가 재단과 전문가로 구성된 재단 임직원들까지 부정하는 것으로 향후 심각한 내부갈등이 우려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 재단관계자는 “경주시가 재단이 하는 모든 행사에 항상 감놔라 배놔라 하는 식으로 사사건건 개입한다”면서 “이번 신라문화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경주문화재단에 대한 경주시의 갑질이 도를 넘어선 것같다”고 비판했다.

시민 이모(52·성건동)씨는 “경주시가 설립한 문화재단을 부정하면서 지난해와 똑같은 행사를 여는 것은 주낙영 경주시장이 목표하고 추구하는 문화관광 우수축제 선정에 대한 행정적인 의지가 전혀 없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앞으로 경주문화재단은 예술적인 부분을, 경주시는 행정을 뒷받침해 행사가 성공적으로 치러지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경주/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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