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發 ‘돼지열병’ 확산세 주춤
차량 출입 도내 농장들도 ‘음성’
경북도는 강력 대응 대책 계속
3주간 돼지반입반출 제한조치
농장주들, 분뇨대란 올까 시름

19일 오후 포항시 북구 기계면 가축시장에 설치된 아프리카 돼지 열병 예방 거점소독시설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축산관련 차량을 소독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19일 오후 포항시 북구 기계면 가축시장에 설치된 아프리카 돼지 열병 예방 거점소독시설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축산관련 차량을 소독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첫 고비는 넘겼고 다음이 문제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 연천 농장을 출입했던 차량이 다녀간 칠곡 등 경북 도내 농장 3곳의 축산농가를 둘러싼 역학관계가 정밀진단검사 결과 모두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경북도는 19일 ASF 양성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 연천 농장을 방문했던 차량이 최근 다녀간 것으로 확인된 칠곡군 왜관읍의 모 농장과 김천·예천 농장 등 3곳의 돼지들을 대상으로 정밀 검사를 한 결과 모두 ‘음성’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혹시나 하고 애를 태워오던 축산농가들이 안도하는 가운데 1차고비를 넘긴 셈이다. 이날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영주시 거점소독시설을 방문해 방역상황을 점검하고 현장 직원들을 격려했다. <관련기사 4면>

경북도는 김천과 예천 농장 2곳에 대해선 차량이 다녀간 지 3주가 지나 이날 이동 통제를 해제했다. 하지만 칠곡 농장의 경우엔 돼지와 차량 등의 이동을 이달 말까지 계속 통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농장주는 “돼지도 모두 생명체이다. 자식과 같은 마음으로 키우는 상황인데 이달 말까지 이동을 제한하면 결국 모두 도태(淘汰)될 수밖에 없다”며 “이에 따른 재산피해가 2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음성 판결이 났더라도 국가질병으로 등록된 이상 경북도나 지자체에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지만 현실적인 반응이 없는 상황”이라며 “2010년 구제역 사태와 상황이 흡사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당국이 과잉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앞서 경북도는 지난 18일 가축방역심의회을 열고 ASF의 도내 유입을 막기 위해 도내 모든 양돈 농가를 대상으로 지난 18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3주간 다른 시·도에 돼지 반입과 반출을 못 하도록 했다. 또 도내 돼지와 분뇨도 같은 기간 다른 시·도 반출을 금지하는 등 정부 매뉴얼보다 더 강력한 대응책을 내놨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도내 150만9천여 마리의 돼지로부터 하루 평균 7천500t의 분뇨가 발생하는데 돼지 분뇨처리에 문제가 우려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기준 도내 146만8천여 마리의 돼지가 1년간 생산한 분뇨는 273만3천t에 달한다. 이 중 93만1천여t은 퇴비화되고, 121만3천여t은 액비화, 79만2천여t은 정화시설을 이용해 처리됐다.

지난 2010∼2011년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퍼지면서 당시 350만 마리 이상의 가축이 살처분됐고, 피해 규모만도 3조원에 달했다. 이 당시에도 정부가 구제역 확산을 막으려고 축산 분뇨에 대해 이동 금지령을 내리면서 전국 농가에 축산 분뇨가 산더미처럼 쌓이고 악취가 진동하는 등 ‘축산 분뇨 대란’이 발생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농장주와 인근 주민들이 떠안았다.

경북도 관계자는 “도내에서 발생한 가축분뇨의 경우 약 90%가 농가 개별시설을 이용해 퇴비·액비화 또는 정화하고 있다”며 “나머지 분뇨의 경우 도내에선 분뇨처리 차량 등의 이동이 허용된 만큼 농·축협의 공동자원화를 비롯해 광역친환경, 민간비료공장에서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분량이다”고 설명했다.

경북 도내에는 경산, 경주, 고령, 군위 등 14곳의 시·군에서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선 액상부식, 활성슬러지공법, 순화탈질탈인공법 등 다양한 공법으로 하루에 1천605㎥를 처리할 수 있다. 이를 무게로 환산하면 1천538t으로 하루 평균 도내에서 생산되는 전체 가축 분뇨의 7.7%에 그치는 양이다. 그만큼 처리시설이 부족한데다 이동제한까지 겹치면서 농장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손병현·김재욱기자

    손병현·김재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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