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투쟁 뒷담화
삭발투쟁 뒷담화
  • 등록일 2019.09.19 19:33
  • 게재일 2019.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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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조국 장관의 파면을 촉구하며 릴레이 삭발투쟁을 벌여 정치권의 핫이슈가 되고 있다. 19일에도 김석기·송석준·이만희·장석춘·최교일 의원 등 자유한국당 현역 의원 5명이 조국 법무장관 사퇴를 요구하며 삭발했다. 황교안 대표가 16일 청와대 앞에서 삭발한 이후 현역 의원만 8명이 릴레이 삭발했다. 이로써 릴레이 삭발에 동참한 의원은 이주영·심재철·박인숙·강효상 의원을 비롯해 9명이 됐다. 원외에서도 17일 김문수 전 경기지사, 송영선 전 의원이, 18일 차명진 전 의원, 19일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삭발했다. 황 대표보다 먼저 삭발을 한 박인숙 의원과 전직 의원까지 포함하면 한국당에서 이날까지 총 14명이 삭발했다.

하지만 며칠째 삭발이 이어지면서 아이스버킷챌린지 같은 이벤트로 희화화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원내투쟁을 이끄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삭발을 않고 있는 것을 겨냥, “언제 삭발하는지 두고보겠다”며 릴레이 삭발을 ‘조롱’하는 글마저 올라오고 있다. 또 정치권 일각에서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삭발을 ‘공천용 쇼’로 치부하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한국당의 길거리‘쇼 정치’”라고 비판했고,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당 지도부에)‘공천 눈도장’을 찍기 위한 행위 아닌가”라고 대놓고 야유를 퍼부었다. 가장 적나라한 비판을 내놓은 것은 바로 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 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황교안 대표가 삭발한 이유를 세가지로 들었다. 우선 조국 대전으로 얻은 게 없는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자 당대표로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작동됐을 것이고, 국회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정기국회가 다가옴에 따라 삭발이라는 극단적인 투쟁을 통해 마이크를 잡을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는 게 두번째다. 세번째 이유로 이미 몇몇 여성의원들이 감행한 삭발이지만 “따라쟁이”라는 오명을 쓰더라도 별달리 뾰족한 투쟁방법이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삭발은 패착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삭발(Tonsure)’은 ‘큰 가위’라는 뜻의 라틴어‘Tonsura’에서 유래됐으며, 중세에 성직자와 세속인을 구별하는 기준이었다. 사제가 세속적인 죄를 범하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오늘날에도 승려로 입문하는 의식을 치를 때 삭발을 하며, 그 후에 자격을 제대로 갖춘 승려가 될 때 다시 삭발식을 거행한다. 불교의 출가 수행자가 머리를 깎는 것에는 하나는 다른 종교의 출가 수행자와 모습을 다르게 하기 위함이요, 또 하나는 세속적 번뇌를 단절함을 뜻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정치권에 부는 삭발열풍은 종교적인 의미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주변사람들에게 자신의 결의를 보여주기 위한 의식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어떻든 삭발투쟁은 야당답지않게 뜨뜻미지근한 대여투쟁으로 맥빠져 있던 자유한국당이 그나마 결의에 찬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만들어준, 또 하나의 정치투쟁 방식으로 자리잡게 된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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