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섭변호사
박준섭 변호사

386세대는 60년대에 태어나서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이들을 일컫는다.

386세대는 20대 때 독재에 대항하면서 목숨을 걸고 지하활동과 야학, 학회활동을 통하여 조직력을 키웠고, 이를 바탕으로 시민들과 연대해 마침내 절차적 민주주의를 성취했다.

어떤 사람들은 과거에는 6·3세대와 민청학련, 긴급조치 세대가 민주화 선배세대로 있었고, 같은 시대에는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비로소 87년의 민주화를 이룰 수 있었으므로 민주화의 영광의 열매를 386세대가 독식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386세대는 도시 빈민 및 노동자계층과 중산층의 연대를 통해 민주화를 주도적으로 이끈 세대만은 분명하다. 그들 가운데 진보진영은 집단적으로 공장으로 진출해 스스로를 ‘하방’ 시키면서 평등을 몸소 실천한 세대이다. 이들은 산업화 과정에서 독재화된 권력에 대항하면서 러시아와 중국, 북한으로부터 들여온 혁명적 사회주의를 이념적 도구로 사용했다. 이 세대는 90년대 구 소련이 몰락하자 집단적으로 전향하거나 전환했다.

1997년 IMF를 통하여 대한민국이 신자유주의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그들의 선배들은 주류에서 탈락됐고, 그들의 후배들은 아직 주류로 진입하지 못하면서 생긴 공백 상태가 오랫동안 계속됐다. 그들은 신자유주의 경제질서에 가장 강력한 비판자들이었으나, 역설적이게도 IMF사태 이후의 신자유주의 97경제체제가 그들을 일찍 사회의 주류에 올려놓았고 이후로도 20년 동안이나 기득권을 유지시켜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진보 386세대는 노무현 행정부 때 국가정책의 결정권을 행사했으나, 정책적으로 무능하다고 의심받았고 패권적 권력을 추구하다가 몰락해 스스로 ‘폐족’선언을 하면서 사라졌다가 10년만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사건 때 다시 전면에 등장했다. 국민들은 산업화, 민주화가 성취된 이후에 이명박, 박근혜 행정부의 10년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기에는 너무 수구적이고 권위주의적이었으며, 무능하고 욕심 많은 집단의 정체나 퇴보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이후에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진보 386세대를 다시 소환했다.

이제 국민들은 광복 된지 70년이 지난 우리나라가 산업화·민주화를 거치는 동안에 왜곡된 국가구조를 그들이 새롭게 혁신해 주기를 바랐다. 그런데 국민들은 이번 조국 장관의 임명과정을 지켜보면서 그 뒤에 있는 그림자를 슬쩍 보았다.

니체의 말처럼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되어 버린 386세대라는 괴물의 그림자를. 평등과 기회균등을 외치면서도 자신이 가진 모든 기득권을 사용하여 자신의 권리로 만드는 탐욕을 부렸으며 어쩌면 이제는 낡은 사상과 방법일 지도 모르는 것을 옳다며 자신들의 장기인 조직과 프로파간다를 통해 국민들에게 강요하고 반대하는 사람들과 싸움만 일삼는 괴물 말이다.

국민들은 이제 자신들이 기득권자들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윤리를 통해 절제하고 희생하는 법을 모르는 괴물을 통제하고 다스려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