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한동대 교수·언론정보문화학부
장규열 한동대 교수·언론정보문화학부

사람은 이기적이다. 나빠서 그런 게 아니라 바빠서 그렇다. 내 주변만 걱정하고 살아도 시간이 모자란다. 생각거리가 많고 걱정거리도 많다. 청년은 입시와 취업에 목이 마르고, 어른은 가계와 생업에 목숨걸고 산다. 하루하루가 전쟁같은 판에 남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나와 내 가족 챙기기도 만만치 않은 세상에 남들과 사회를 염려할 여유가 있을 턱이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남북대화가 궁금하고 한일관계가 걱정이며 북미관계도 안타깝다. 나아가 4대강사업에도 관심이 있고 지구온난화도 띄엄띄엄 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투가 마음에 거슬리고 아베 총리의 망언에 핏대가 선다. 온갖 사건사고에 마음이 쏠리고 사회적 거대담론에도 제법 호기심이 발동된다. 어떻게 그렇게 됐을까?

매우 이기적이긴 하지만 또 한편 끊임없이 무엇이라도 알아야 하는 우리는 어떻게 그 모든 것을 알게 되었을까. 언론(言論). 언론의 유익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언론이 있어 나라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고, 언론이 있어 이웃과 세상이 사는 모습을 알게 된다. 언론이 전하지 않았으면 알 길이 없었을 뉴스가 하루에도 온갖 미디어에 한가득 실린다. 권력을 감시하고 정보를 전달하여 시민이 적절하게 판단하도록 돕는 언론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버팀목이 아닐 수 없다. 알아야 결정할 것이므로. 미디어환경이 급격하게 변해 가지만, 언론의 할 일은 변하지 않는다. ‘시민으로 알게 하라’.

시카고 트리뷴(Chicago Tribune)지 본사 복도에 현수막이 붙었다. 그것도 대문자로만. ‘엄마가 널 사랑한다 말한다면, 그거 확인해! (WHEN YOUR MOM SAYS SHE LOVES YOU, CHECK IT OUT!)’ 취재와 보도에 나선 기자들이 분명히 해야 할 일은 ‘확인하고 확인하는’ 일이라는 의미. 당연한 사안이라도 기자가 직접 확인하기 전에는 한 줄도 쓰지 말라는 간곡한 당부. 취재원으로부터 보내오는 보도자료는 그들 입장에서 적혔을 게 너무나 뻔하지 않은가. 보도자료는 기사가치를 결정하고 취재에 나설 시발점이기는 해도, 그 자체로 기사는 될 수가 없다. 기자의 이름을 걸며 적어 내릴 기사는 기자가 손수 확인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되어야 한다. 검찰이 던져주는 단서가 기사의 줄거리가 되거나 포토라인에 선 피의자에게 묻는 일로 취재를 대신하는 일은 일선기자라 불리기에 아직 흡족하지 못하다.

언론인 빌 코바크(Bill Kovach)와 톰 로젠스틸(Tom Rosenstiel)은 ‘저널리즘의 본질은 확인(verification)에 있다’고 하였다. 사실을 일어난 그대로 확인하는 일이야말로 언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라는 생각. 팩트가 기사의 토대가 될 때에만 진실에 접근할 수 있다. 팩트는 정확해야 하고 충분해야 하며 공정해야 하고 투명해야 한다. 누군가 던져준 사실과 문건은 기자가 확인하기 전에는 아직 취재를 위한 재료일 뿐이다. 시민의 민주역량은 ‘언론의 확인’에서 시작한다.

언론이 민주주의를 완성한다.

언론이 민주주의를 그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