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민족 최대 명절인 한가위라고 하지만 시끄러운 조국은 국민의 흥을 꺾어버렸다. 필자 또한 여태까지와는 전혀 다른 한가위를 보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가족들로 고향집이 보름달보다 더 꽉 찼고, 달빛보다 더 따뜻한 웃음이 집 안에 넘쳤다. 그런데 올해는 필자 가족과 어머니만 고향집을 지켰다. 아버지의 빈자리는 너무 컸다. 아버지의 자리는 그 누구도,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다는 것을 재삼 확인하는 한가위였다.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아이들이 부단한 노력을 했지만 허사였다.

추석 당일 필자의 식구들은 이른 차례를 지내고 병원으로 향했다. 비록 병원일망정 한가위를 가족과 보내려는 사람들로 병원은 떠들썩했다. 오랜만에 병원 냄새가 아닌 사람 향기에 아프신 모든 분들의 병이 치유되는 듯 했다. 꼭 그렇게 되길 필자는 기원했다.

그런데 진상들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라는 것을 필자는 한가위 병원에서 확인했다. 필자가 본 진상의 모습은 환자도 아니면서 복도와 쉼터를 돌아다니며 양치를 하는 사람들과 마치 놀이동산이라도 온 것처럼 아이들과 고성방가에 가까운 소리로 떠드는 젊은 아버지들이다. 필자는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을 생각했다. 어린 손주를 위해서 기꺼이 자신의 병상을 내어주는 환자복의 할아버지, 그 병상 위에서 제멋대로 행동하는 아이를 훈육하기보다는 더 신이 나서 더 큰 목소리로 아이의 버릇없는 행동을 부추기는 젊은 아버지들! 과연 이렇게 자란 아이들의 초중학교 모습은 어떨까? 이 아이들이 예의 바르고,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면 얼마나 좋을까? 꼭 그렇게 되길 필자는 빌고 빌었다.

왜냐하면 최근 교사들의 명예퇴직 사유 중 부동의 1위가 교권추락과 생활지도의 어려움이고, 이것의 근본적인 원인이 ‘예의를 상실한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자기 통제와 절제가 안 되는 학생들, 그들에게 학교는 자신들의 원초적 감정을 발산하는 장소에 지나지 않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최근 학교에는 이런 학생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그 속도보다 더 빠르게 학교도, 교실도, 교육도 무너지고 있다.

교육 당국에서는 ‘학교 내 대안교실’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무너져가는 교육을 살려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어느 지자체에서는 ‘한 아이도 놓치지 않는 학교 내 대안교실’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대안교실을 홍보 중이다. 뭔가를 해보려는 노력에 대해서는 응원을 보낸다. 이 노력들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대안교실 운영 목적 몇 가지를 인용한다.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리는 다양한 교육 기회 제공, 학교부적응 학생에게 유의미한 학교생활이 되도록 지원, 다양한 교육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대안적 교육 기회 제공, 위기 학생들을 포함한 모든 학생들이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존중하고 협력하는 교육기회 제공”

정말 좋은 말이고, 대안교실이 아닌 우리 교육이 해내야 할 교육 목적들이다. 그런데 필자는 지금과 같은 대안교실 프로그램으로는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필자가 교육부 컨설턴트로 대안교실 프로그램을 컨설팅하던 3년 전과 바뀐 것이 별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