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삭발’ 결행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강력한 저항 의지를 표명했다. 사상 초유의 제1야당 대표의 ‘삭발’ 투쟁을 지켜보는 민심은 착잡하고 복잡하다. 어쩌다가 우리 정치가 이 지경이 됐나 한탄이 나올 지경이다. 그러나 제1야당 대표의 고뇌에 찬 행동을 무참히 조롱하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언행은 더욱 혀를 차게 만든다. 대체 이 나라에 ‘정치력’이라는 게 조금이라도 남아있기나 한 것인지 의심케 하는 혼란이 아닐 수 없다.

황교안 대표는 16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소속 의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삭발식을 거행했다. 삭발식 직전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현장에 나와 대통령이 걱정하고 있다는 말을 전했지만, 황 대표는 ‘조국을 파면하라’는 말만 거듭했다. 황 대표로 하여금 극한적인 방법을 동원하도록 추동한 정치적 상황은 문재인 정권이 실정을 거듭하는데도 불구하고 ‘반사 이익’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한국당의 절박한 사정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제1야당 대표가 ‘삭발’이라는 투쟁 이벤트를 선택한 것에 대한 관전평이 아무리 다를 수 있다고 해도 민주당과 정의당의 노골적인 조롱은 이 나라 정치 수준에 대한 절망을 또 한 번 파생시킨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삭발 말고 일을 하라”며 비아냥거렸고, 정청래 전 의원은 “머리 깎고 돌아다니는 사람들 많겠다”며 조롱했다. ‘머털도사’ 운운하며 “군대나 가라”고 이죽거린 정의당의 막말은 개탄스러운 망발이다.

제아무리 다른 입장으로 맞서더라도 극적인 타협점을 찾아내는 것이 정치의 매력이요 존재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정상적인 ‘정치’를 복원하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 거듭하고 있는 마이동풍식 ‘오기 정치’는 대통령이라는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잠시 위임된 것임을 망각한 중대한 착각의 산물이다. 하루속히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돌아와야 한다. 여야 정치인들은 결코 막장드라마 속의 배우들이 아니다. 국리민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희생할 수 있는 ‘정치인’의 진정한 애국심을 회복하기를 촉구한다. 스스로 흑백 진영논리의 포로가 되어 날마다 유치한 드잡이질만 일삼으면서 도무지 부끄럽지도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