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추경 9억으로 설치 본격화
지진 특화 치유프로그램 대신
요가·기체조·미술심리치료…
일반 문화센터 닮은꼴에 ‘실망’
임대한 건물 리모델링엔 4억
예산 절반 낭비 ‘배보다 배꼽’

포항지진 트라우마센터 설치를 두고 혈세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추가경정 예산으로 급히 추진되다 보니 치유프로그램이 부실하다는 지적과 함께 수억원이 들어가는 민간 건물 리모델링 비용 등을 두고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16일 포항시 등에 따르면 포항지진 트라우마센터는 지난 8월 2019년도 보건복지부 추가경정예산에 반영되면서 본격 추진됐다. 올해 총 사업비는 9억2천만원(국비 4억6천만원·도비 2억3천만원·시비 2억3천만원)이다. 센터는 민간 건물을 빌려 운영되는데, 포항시 북구 흥해읍 모캄보교차로의 흥해탁구장 건물 2∼3층(160평)으로 확정돼 현재 계약이 진행되고 있다. 계약이 체결되면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되는데, 설계비를 포함해 약 4억원 투입된다. 총 사업비의 절반 가량이 건물 리모델링비에 투입되는 셈이다. 매달 건물 임대료도 400만원 이상 들어갈 전망이다.

일부 시민들은 숙원이었던 트라우마센터 설치를 반기면서도 “영구시설이 아닌데 시설비 비중이 너무 크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 센터는 현재 용역이 진행 중인 국가지진방재교육공원에 트라우마 치유센터가 들어서면 자연스레 문을 닫을 예정이어서, 투입된 시설비 등이 낭비된다는 지적이다.

흥해지역 지진 이주민인 김모(54)씨는 “일부 이주민들은 돌아갈 집이 없어서 눈물 흘리고 있는데, 터무니없는 사업을 추진하는 모습에 화가 난다”면서 “우리나라는 지진특화 트라우마센터가 없었던 만큼 지진에 특화된 치유프로그램 개발에 더 집중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우려처럼 부실한 트라우마 치유 프로그램도 논란거리다. 올해 편성된 트라우마 치유 프로그램 운영 예산은 6천156만원으로 사업비의 10%도 되지 않는다. 음파반신욕과 음향진동테라피 등 최신장비를 활용한 프로그램도 있지만, 대부분이 힐링요가, 기체조, 미술심리치료 등 여느 트라우마센터나 문화센터가 운영하는 일반 프로그램이다. 재난 등으로 발생하는 외상성신경증(外傷性神經症)은 심리지원이 중요한데, 정작 필요한 지진특화 치유프로그램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겉만 번드르르하게 짓고 프로그램은 부실한 속빈 강정꼴이다.

흥해체육관 이주민 이모(45)씨는 “정신과 상담을 받아도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아직도 바람에 창문만 흔들려도 지진이 난 것 같아 무섭다”면서 “그럴듯한 건물보다는 아직도 매일 정신적으로 지진을 겪는 포항시민들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 치유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과도한 리모델링 비용 등에 대해 트라우마센터가 심신의 안정을 위한 곳이어서 인테리어가 중요하다고 해명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트라우마센터 특성상 마음의 안정을 취하려면 실내장식 등을 신경 쓸 수 밖에 없다”면서 “선정한 건물도 임대료가 주변지역보다 비싸긴 하지만, 지진후 건설돼 안전하고 엘리베이터와 휠체어 경사로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서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치유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는 “추경으로 예산이 반영돼 급히 추진하다보니 프로그램 등이 부족하다는 부분은 공감하고 있다. 전문 인력이 채용되면 각종 심리안정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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