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찢어질 듯한 굉음과 함께 갑자기 사무실 바닥이 요동칩니다. 건물이 좌우로 미친 듯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회의 중이던 마이클 힝슨 씨는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집니다. 어마어마한 폭발음이 연달아 들립니다.

‘지진이 난 걸까?’ ‘미사일에 건물이 파괴된 건가?’ ‘전쟁일까?’ 온갖 생각이 스칩니다. 시각 장애인으로 앞을 볼 수 없는 마이클 힝슨 씨는 본능적으로 안내견 로젤과 연결된 끈을 꽉 붙잡습니다. 911 테러 현장입니다.

맨해튼의 세계 무역센터 78층에 위치한 컴퓨터 판매회사 뉴욕 지사장이었던 마이클 힝슨은 안내견 로젤의 침착한 인도에 따라 78층에서 탈출을 시도합니다. 선천적 시각 장애인인 마이클씨는 비상사태를 대비, 늘 건물의 구조나 주변 지형지물을 잘 익혀 두었던 터라 로젤의 도움을 따라 신속하게 건물 계단을 이용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원래 앞이 안 보이는 저로서는 타인을 보고 행동하거나 누군가를 따라 우왕좌왕할 필요가 없었어요. 늘 캄캄한 어둠 속에서 홀로 다니기 때문에 더 자유롭게 건물을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요.”

겨우 건물을 빠져나와 주차장으로 대피하려는 순간 100미터 떨어진 쌍둥이 건물 북쪽 타워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합니다. 사방이 건물이 무너지면서 쏟아진 먼지와 잔해 폭풍으로 휩싸입니다. 안내견 로젤이 당황하지 않도록 힝슨은 호흡을 맞춰 뛰기 시작합니다. 잿더미를 피해 코너를 도는 순간 갑자기 로젤이 멈춥니다. 위에서 파편 더미가 쏟아져 내렸던 겁니다. 힝슨은 로젤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그냥 달리다가 파편 더미에 묻혀 그 자리에서 즉사했을 겁니다.

힝슨은 눈에 재 가루가 들어가 앞을 볼 수 없는 한 여인을 구출해 함께 로젤의 안내로 탈출에 성공합니다.

“제 생명의 은인은 로젤입니다.” 그녀는 그 순간을 회상하며 눈물짓습니다. (계속)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