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향 지

항아리를 할머니로

항아리 뚜껑을 할아버지로

항아리 뚜껑 위에 쌓인 눈을 백발로

항아리 옆의 감나무를 세월의 몽둥이로

꺾어보는 사이에 저녁이 되었다

반찬도 없는데 전신이 아프다

백발과 할아버지를 젖히고

할머니 속의 된장이

뚝배기 안에서

펄펄 끓는다

시인은 저물녘 된장을 끓이며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한 생을 떠올리고 있다. 한평생 항아리 뚜껑 같은 영감을 덮고, 아니 할아버지에게 덮여 살아온 할머니의 삶을 힘겹고 답답한 세월이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아프고 갑갑할 때는 그 뚜껑을 젖히고 싶었을 거라는 할머니의 마음을 헤아려 보기도 하는 것을 시인의 말에 잔잔한 감동이 묻어남을 느낀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