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정책실패가 조국 임명 추동
野 단세포적 투쟁방식 혁신 시급
정치권 천박한 진영논리 버려야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삶을 살아온 치명적 모순이 폭로되면서 온갖 의혹 쓰나미에 휩쓸린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법무부 장관 임용이 대통령의 임명 강행으로 귀착됐다. 두말할 것도 없이 문재인 대통령의 최종결정은 민심을 올바로 반영한 결과물이 아니다. 이는 문제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당장 야당의 반발이 극렬하다. 시계(視界) 제로의 정국은 과연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이 무한갈등이 고달픈 민생 해결에 대체 무슨 도움이 되나.

문 대통령이 이처럼 무리한 결정을 한 배경은 무엇일까. 흔히들 문재인 정권이 실패하고 있는 근인(根因)으로 초반부터 지지율이 너무 높았던 점을 지적한다. 지지율에 취한 대통령은 취임 직후 ‘지지하지 않은 국민도 섬기겠다’던 초심을 금세 잃었고, 자신감이 넘친 나머지 온갖 무리수를 동원해 설익은 급진 정책을 밀어붙였다. 철석같았던 여야 협치 약속마저 하루아침에 엎어버렸다. 어불성설의 ‘조국’ 장관임명 강행 무리수를 추동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문재인 정권의 정책실패다. 정확하게는 정책실패가 몰고 온 위기감이다. 조금만 더 밀리면 완전히 무너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다수 민심 수렴이 아니라 콘크리트 지지층의 처마 밑으로 들어가게 만든 요인이다.

정치인들이 ‘정치’를 하지 않은 지는 오래됐다. 극한대결만 일삼다가 고소고발장을 내밀기 일쑤다. 장관후보자 가족을 향한 전방위 압수수색과 사상 초유의 기소가 감행됐다. 그러나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판관 포청천(包靑天) 같은 엄정한 기개가 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검찰은 패스트트랙 수사를 경찰로부터 넘겨받았다. 살을 내어주고 뼈를 취하는 공포의 육참골단(肉斬骨斷) 정국이 펼쳐질 공산이 높아졌다.

문제는 야당이다. ‘조국 대전’이라고까지 불리는 논란이 무려 한 달 동안이나 전국을 뒤흔들었는데도,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국민지지는 요지부동이다. 지난 9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은 38.6%였고, 한국당은 29.2%에 머물렀다. 왜 그럴까. 야당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대안 없는 분노’라는 처절한 절망의 계곡에서 민심은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구시대의 단세포적 투쟁방식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야당의 투쟁방식도 혁신돼야 한다. 분노를 자극하는 선동만으로 민심이 움직이던 시대는 끝났다. 야당의 정권비판에 구구절절 공감하면서도 “그래서 뭘?” 하는 근본적 의문에 신실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한 민심은 침잠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지금이야말로 야당은 확실한 ‘대안 정당’의 면모를 보여주어야 할 때다.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더 이상 지지층의 치맛자락에 숨은 채 권력 수호만을 탐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은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돌아와야 한다. 민주당은 ‘협치’의 미덕을 실천해야 한다. 경제난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과 시름에 빠진 피폐한 민심을 헤아려 과감한 정책전환을 단행해야 한다.

‘조국’ 장관임명 강행 이후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는 이 먹구름이 길어져서는 안 된다. 이 혼돈의 정치를 끝내기 위한 정치권의 인식전환과 용단이 절실하다. 정치권은 그들만의 추악한 권력 게임이 자아내는 절망의 먹구름들이 무고한 국민의 삶을 얼마나 비참하게 하는지를 깨달아야 한다. 이제는 제발 천박한 진영논리의 수렁에서 빠져나와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고, 허덕거리는 민생을 보살피는 선진정치를 구현해야 한다. 더 늦어도 될 시간이 없다.

/안재휘 논설위원 ajh-777@kbmaeil.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