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전국 각지의 도시들은 어떻게든 소멸도시의 위험에서 벗어나 생존할 것인가 고심하고 있다. 일부 도시들은 중앙 관청이나 대형 공기업의 이전 또는 혁신도시 지정 등에 힘입어 도시의 면목을 일신하기도 하였다. 그에 따라 인구증가라는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자 다른 도시들도 이와 유사한 발전 전략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적어도 포항만큼은 유사한 전략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본다. 포항 정도의 지방 대도시들은 대부분 지난 수십 년 동안 산업과 소비, 물류 등 경제기반이 도로교통망과 밀접한 연결고리를 가지면서 오늘의 도시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때문에 어떠한 단일 공기업의 본사나 대기업의 공장 하나를 유치한다고 해서 도시 전체 네트워크가 재편되거나 새로운 산업의 생태계가 조성될 정도로 파급력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

결국 이들은 지금의 기반을 활용하여 활로를 모색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도시가 지닌 장단점, 그중에서도 약점을 제대로 규명할 필요가 있다.

사실 포항시만큼 잠재력이 큰 지방도시도 드물다. 적어도 일정 수준만큼은 도시의 생산과 고용 그리고 소비를 책임지는 철강 산업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로운 발전의 계기도 생겨났다. 최근 영일만 해안선 주변의 구도심 일원이 영일만관광특구로 지정된 것이 그것이다. 이번 기회에 해양관광도시 포항으로서의 모습을 제대로 그려야만 한다.

그렇다면 이것을 방해할 포항의 약점은 무엇일까. 하나만 꼽는다면 영일만이라는 천혜의 수변공간임에도 해운대 마린시티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같은 바다에서 조망할 만한 랜드 마크가 없다는 점이다. 물론 포항이 자랑하는 포스코 야경도 바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독보적인 야경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영일만 바다에서 바라보는 송도와 영일대해수욕장에는 단 하나의 고층빌딩도 찾을 수 없다. 바로 이것이 해양관광도시 포항으로 가는 길을 막는 최대의 약점이자 걸림돌이 아닐까 한다.

사실 멋진 수변공간을 가지면서도 초고층 특급호텔이 들어오지 못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부산기상청 포항기상대가 송도에 자리잡은 이래 송도가 고도제한을 적용받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기상대는 일제강점기였던 1943년 설치된 포항측후소가 전신인데 1963년부터 국내 유일의 고층기후관측소로서 우리나라 기상관측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하지만 송도에서만 기상관측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과거의 포항은 모르지만 십여 년 이상 지역경제가 정체된 지금의 포항은 어떠한 수단을 동원하더라도 약점을 해결해 나가야만 한다.

해양관광도시의 핵심은 영일만관광특구다. 그리고 그 특구의 꽃인 송도는 ‘영일만의 홍콩’처럼 개발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지금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포항이 해양관광도시로 거듭나려면 먼저 송도개발의 약점인 포항기상대문제부터 해결하여 어떠한 랜드 마크라도 들어설 수 있도록 환경부터 조성해야만 한다. 포항이 모든 것을 그대로 둔 채 개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도시가 생존하려면 주어진 환경에 순응만 해서는 안되고 필요하다면 아예 그 환경조차 바꾸려는 노력이 뒤따라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