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0일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앞 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순회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조국 장관 임명을 강행함에 따라 사분오열됐던 범보수 진영에서 새로운 판을 짜야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주목된다.

10일 오전 열린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원내대책회의와 기자회견에서는 한 목소리로 조 장관 임명 규탄과 함께 대정부 연대투쟁 방침이 터져나왔다. 문 대통령이 조 장관을 임명한 지 하루 만에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서‘반(反)조국 전선’이 형성되면서 범보수 진영이 존폐의 위기의식속에 합종연횡을 이루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옛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정에서 찬반을 둘러싼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분당에 이어 분열의 늪에 빠진 보수진영이 문재인 정권에 대항하는 빅텐트를 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오전 10시를 전후로 열린 한국당 황교안 대표 긴급 기자회견, 나경원 원내대표 주재의 원내대책회의와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주재 원내대책회의에서는 문 대통령이 국민의 뜻에 반해 부적격한 인사를 법무부 장관에 앉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주류를 이뤘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장관 해임건의안과 국정조사를 추진하기 위해 조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국회 내 세력이 뜻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 등 범보수 진영‘잠룡’에 해당하는 인사들의 발언에서도 연대 제의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황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조국 파면과 자유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국민연대’를 제안한 데 이어, 곧바로 국회 본청을 가로질러 반대편에 위치한 바른미래당 원내수석부대표실에서 손학규 대표를 만났고, 이후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도 만났다.

황 대표가 국회 내에서 다른 당 대표를 찾아간 것은 이례적인 일로, 손학규·정동영 대표에게 조 장관 파면 등 ‘반조국 연대’의 힘을 합치자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은 원내대책회의 모두 발언에서 “보수 정치가 ‘자유’만 외치고 국민이 원했던 정의, 공정, 평등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등한시했던 점을 반성해야 한다”며 “낡은 보수를 깨뜨리고 새로운 보수를 세울 수 있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에서 연대를 제안하면 받아들이겠느냐’는 질문에 “(한국당에서) 제의가 온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한국당이나 저희나 이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이 같다. 그렇다면 협력 안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동안 한국당과 연대 등에 관해 공개적인 언급을 자제해 왔던 유 의원이 조 장관 임명 이슈에 한해서이긴 하지만 한국당과 뜻을 같이할 가능성이 있음을 분명히 함에 따라 빅텐트의 성립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바른미래당 원내대책회의에는 옛 바른정당계 수장인 유 의원을 비롯해 이혜훈, 유의동, 하태경, 정운천, 지상욱 의원 등 바른정당계 의원들도 대거 참석해‘반문·반조’ 전선에 힘을 실었다.

다만 범보수진영이 조국 정국을 넘어 내년 4월 총선 전까지 가시적이고 화학적인 결합을 통해 범보수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금기시해왔던 탄핵 찬반 논의재개 등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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