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미 협상 전술
북한의 대미 협상 전술
  • 등록일 2019.09.08 19:16
  • 게재일 2019.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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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 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 정치학

박한식 교수를 만난 지는 상당히 오래되었다. 20여 년 전 어느 세미나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그의 혜안은 상당히 참신하였다. 미국 조지아대학 교수이며 대구 출신인 그는 아직 고향 사투리를 그대로 쓴다. 세계적인 북한 문제 전문가인 그는 카터와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을 주선하기도 하였다. 그는 북한을 50여 차례 방문하여 북한 당국의 입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최근 그의 북한 관련 언급은 우리들에게 상당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북한 당국은 종래의 통미통남(通美通南) 정책에서 다시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으로 회귀하였다. 북한이 최근 우리의 대북화해 협력 정책을 무시하고 남한 배제 정책을 쓰는 이유이다. 그것은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강한 불신에서 비롯되었다. 김정은은 작년 9월 3차 평양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파격적인 예우를 했다. 그러나 북한은 문재인 정부가 ‘우리끼리 정신’을 무시하고 미국의 대북 정책에 종속되었다고 비난한다. 북한이 남쪽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로 비판하면서 문 대통령의 8·15 경축사까지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이유이다.

북한은 북미 협상을 앞둔 시점에서 미사일 시험 발사 등 종래의 벼랑끝 전술을 강화하였다. 그것은 한미 합동 군사 훈련에 관한 북한식 불만의 표시이며,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압력이다. 물론 여기에는 북한이 상대적 열세인 재래식 무기를 미사일로 보완한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이는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통해 자신들의 기술력을 세계에 과시하고, 이의 제3세계 판매전술도 고려한 조치이다. 트럼프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시험은 대북제재에 해당되지 않으며, 경비가 많이 드는 한미 합동 군사 훈련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역시 트럼프식의 대북 협상용 카드일 뿐이다.

북한은 궁극적으로 체제 안전 보장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김정은은 북한 체제의 안전성 보장이 전제되지 않으면 결코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대북 제재해제는 단번에 합의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북한과 미국이 일괄 타결론과 단계론적 타결론으로 대립하는 이유이다. 그러므로 북한 당국은 대북 경제 제재 해제만으로 결코 비핵화를 실천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북미 평화 협정체결과 대사급 외교 관계 수립을 비핵화의 전제로 본다. 북한은 어떠한 진통을 겪더라도 체제의 안전 보장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의 이러한 대미 협상 전술은 트럼프와는 협상의 셈법이 다르다. 트럼프는 어느 협상에서나 미국 이익의 극대화를 최고로 우선한다. 그는 정치나 외교를 그의 경험세계인 비즈니스 개념으로만 파악한다. 트럼프가 최근 미일 동맹을 강화한 것도 미국 군산복합체의 이익확보를 위함이다. 그는 미국 이익에 배치되면 언제든지 협상의 결과를 파기할 수도 있다. 트럼프가 이란과 체결한 핵 협정을 폐기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김정은의 최대 관심사는 북한 정권의 안전 보장이다. 북한당국이 경제적 제재 해제만으로 핵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북한의 협상 전술도 고정된 틀은 아니며 상당한 가변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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