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시골에 가진 것은 없으나 유쾌하게 살아가는 노부부가 있습니다. 식량이 떨어진 부부는 말 한 마리를 처분하기로 합니다. 시장으로 가던 할아버지는 암소를 키우는 남자를 만납니다. “신선한 우유가 나오겠지? 말과 바꾸면 좋겠어.” 양을 끌고 가는 사람과 마주칩니다. ‘집 앞 공터에는 풀이 충분하니 암소보다 양이 나을 것 같은데?’

양을 끌고 시장을 향하던 할아버지는 거위를 안고 논길을 걷는 남자를 만납니다. “실한 놈이구려. 할멈은 거위가 좋다고 몇 번이나 말했거든. 양하고 바꾸는 게 어떻겠소?” 감자밭에서 암탉 한 마리를 본 할아버지. 마음이 또 흔들립니다. ‘저렇게 아름다운 암탉은 알도 잘 낳을 거고. 거위와 바꾸면 수지맞는 거래가 될 거야.’

할아버지는 주막을 찾습니다. 입구에서 썩은 사과를 짊어지고 주막을 나서는 마부를 만나지요. 할아버지는 암탉과 바꾼 썩은 사과 한 자루를 메고 주막으로 들어갑니다. 맞은편 좌석에는 돈 많은 영국 부자 두 사람이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말을 가지고 나왔다가 썩은 사과로 바꾸기까지 과정을 자랑삼아 들려줍니다. “영감님은 이제 집에 가면 마나님한테 혼나시겠군요.” 영국인이 걱정스럽게 묻습니다. “뭐라고? 오히려 내게 입을 맞춰주며 기뻐할걸요? 마누라는 틀림없이 ‘영감이 하는 일은 언제나 옳아요.’하고 말할 거요.” 할아버지는 큰소리칩니다.

“내기할까요? 영감님이 이기면 금화 한 자루를 주겠소. 평생 돈을 펑펑 써도 남을 거요.” “거 참, 너그러우시구려. 하지만, 난, 이 썩은 사과 한 자루와 마누라, 나 자신밖에 걸 수 없소. 당신네가 이기면 우리 부부는 기꺼이 당신들 종이 될 수 있지. ”

내기가 이루어집니다. 그들은 때마침 도착한 주막 주인의 마차를 타고 농부 집으로 함께 가지요. 영국인은 창밖에 숨어 대화를 엿듣습니다. (내일 편지에 계속)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