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를 자처하는 이 정권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나라를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하면서 출발을 했다. 그런데 임기 2년차가 지나면서 정치, 경제, 외교, 국방, 언론 등 각 방면에서 무능과 오만과 불의의 맨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과연 그들의 말처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보여주는 거라고나 할까.

정권의 주역 중 한 사람이 법무장관으로 지명되자 온갖 추문들이 연일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가장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은 딸의 진학을 둘러싼 비리와 부정에 관한 의혹들이다. 고등학교 3년 동안 남들은 꿈도 못 꾸는 화려한 스펙을 12가지나 쌓았다는 사실에 다들 혀를 내두른다. 그 중에서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장영표 교수를 책임저자로 대한병리학회에 제출된 연구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된 스펙이 가장 두드러지는데, 후보자의 딸이 고등학교 1학년 때 그 논문작성이 끝난 후에 2주간 인턴을 한 경력으로 제1저자가 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21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조 양의 지도교수인 장영표 교수를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논문의 제1저자는 연구주제를 정하고 실험 대부분에 참여하는 등 논문 작성에 주도적 역할을 하며 기여도가 높아야 한다”면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사실과 자료에 근거해 조사를 할 예정”이라지만, 한 마디로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걸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 가관인 것은 장 교수의 변명이다. 그 학생이 외국으로 유학을 간다고 해서 선의로 그랬다는 것이다. 명색이 대학교수라는 사람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다는 게 참으로 놀랍다. 학자로서 그리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일말의 양심이나 양식이라도 있다면 어떻게 그런 몰상식한 말을 버젓이 할 수가 있는가. 그리고 사람들을 못내 궁금하게 하는 것은 장 교수가 왜 그런 짓을 했을까 하는 점이다. 정신이 온전한 사람치고 그의 말대로 그냥 단순한 선의로 그런 비상식적인 짓을 했을 거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다고 하니 조만간 그 내막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조국의 적은 조국’이라는 말이 유행한다. 조국이란 사람을 둘러싼 온갖 의혹과 스캔들은 평소 그가 그토록 신랄하게 비판하고 매도하던 일들이라는 것 때문에 생긴 말이다. 한 마디로 ‘조로남불’이고 겉과 속이 다른 위선자라 것이다. 그런 조국을 비호하고 두둔하는 일부 좌파 인사들도 지난 정권에 들이대던 정의와 윤리의 엄정한 잣대를 슬며시 감추는 이중성을 드러내고 있다. 정의와 도덕성을 전매특허로 내세우던 좌파집단의 민낯이 어떤 것인지를 전 국민에게 보여준 셈이다.

증인채택 문제로 국회청문회가 결렬되자 조국 후보는 기습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셀프청문회’로 일컬어지는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의혹사항 대부분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국민 과반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조국의 법무장관 임명을 강행할 거라는 예측이다. 지난 정권을 모조리 적폐로 몰아넣고 새로 구현하겠다는 그들의 정의(正義)가 과연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