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지난 4일 한국 반도체 개발의 산역사이며, 삼성전자 대표이사, 정보통신부 장관 등을 지낸 진대제 전 장관이 포스텍에서 강연을 펼쳤다. 그는 ‘제2회 현은강좌’의 강사로 초대되었다. ‘현은강좌’는 필자가 제자들과 함께 조성한 ‘현은 기금’에 의해 매년 국가를 이끌어 가는 여러 분야의 주요 인사들을 초청하여 강연을 듣는 프로그램이다.

그의 훌륭한 업적과 경력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지만, 그날 현장에서 카리스마 있는 강연을 들으며 강당을 가득 메운 학생, 교수, 직원 그리고 외부 청중들에게 감동을 주는 순간을 경험했다. 한국인의 자부심을 가득 심어주는 시간이었다. 특히 일본과의 관계가 미묘하고 일본을 어떻게 넘을 수 있느냐는 관심이 고조된 가운데 열린 강연이었기에 의미가 있었다.

진 전 장관은 필자와 함께 스탠포드대학 재학시에도 자전거, 자동차를 직접 고칠 정도로 손재주가 비상했다. 졸업 후 IBM연구소에 근무할 때도 4MD램 팀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여 귀국시 IBM 측은 귀국을 만류하면서 “IBM에 언제든지 돌아와도 좋다”라는 백지수표를 받았다고 한다.

귀국하면서 그가 외친 말은 “Swallow Japan(일본을 삼키자)”이었고 그래서 주변에서는 “그렇게 입이 크냐”는 농담도 들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더 좋은 반도체를 만들어 일본회사들 문을 닫게 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귀국한 진 전 장관은 16MD램을 개발해 미국으로 들고 갔다고 한다.

IBM이 “I Buy Memory(나는 메모리를 구입한다)”의 약자라고 농담을 곁들인 그는 16MD램을 내놓기 전까지 한마디로 그들에게 무시당했다고 한다. 일본과 한국을 차별하던 그들 앞에서 마지막 꺼낸 카드가 16MD램이라고 한다. 16MD램을 가방에서 내놓은 다음 그들의 안색이 변헀고, 자기들끼리 회의를 하면서 난리가 났다고 한다. 미국신문에는 “삼성의 쿠데타”라고 헤드라인을 뽑고 삼성의 약진을 크게 보도했다고 한다. 어쨋든 짜릿한 순간이었고 일본의 히타치 도시바 NEC 반도체 등을 누르고 세계 정상에 서는 순간이었다고 한다.

그는 실천적 엔지니어가 되는 기업가 정신을 강조했다. 지금까지는 소통과 실적의 두 개의 축으로 사람을 판단했지만 이제부터는 창의라고 하는 축을 만들어 3개의 축을 가진 3차원 공간에서 인재가 판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가 정신의 필수요소로 세가지를 꼽았다.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전문가가 되라”는 것이었고, “소통과 협력을 통해 남의 얘기를 경청하고 질문을 할 줄 알고 협업을 잘 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변화를 두려워 말고 끝없이 도전하라. 꿈과 상상력, 호기심을 가져라”고 그는 말했다. KTX 포항역을 빠져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일본과의 갈등 속에 경제적 위기에 처한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던진 그의 말이 전율을 타고 흘러왔다.

“힘든시간은 오래가지 않는다. 그 힘든 시간을 견딘 이는 오래 간다.(Tough times never last, but, tough people 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