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는 우리의 미풍양속이다. 후손이 조상의 묘에 자란 풀을 제거하고 묘 주위를 정리하는 풍속이다. 대개 음력으로 팔월이 되면 일가들이 모여 벌초에 나선다.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는 처서를 기준으로 우리 최대 민속명절인 추석 전까지는 벌초를 모두 끝낸다. 벌 쏘임 사고는 벌초가 집중되는 9월에 가장 빈번하게 일어난다.

올해도 벌초를 하던 사람이 벌에 쏘여 숨진 사고가 몇 차례 있었다. 추석을 앞두고 전국에서 벌어지는 벌초 행렬은 한편으로는 벌과의 전쟁을 방불케 한다.

대수롭잖게 생각한 벌에 대한 방심이 소중한 목숨을 잃게 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방청에 의하면 지난 2년 동안 벌 쏘임으로 119구급 활동에 의해 이송된 환자만 무려 1만3천여명에 달한다. 연평균 6천800명 꼴이다.

지난 2년 동안 벌 쏘임으로 사망한 사람도 22명이나 된다. 단순한 벌 쏘임의 문제가 아니라 부주의로 인한 치명적 인명 사고다.

벌은 곤충 중 가장 큰 무리다. 전 세계에 10만종이 넘는 벌들이 분포해 있다. 특히 말벌은 한 마리가 꿀벌 550마리의 독성을 갖고 있다.

쏘이면 즉시 심한 통증을 느끼고 쏘인 부위가 부어 오르고 전신에 두드러기가 생긴다.

2005년 중국 산시성에서는 대황봉(大黃蜂)이라는 맹독성 말벌의 공격으로 715명이 다치고 36명이 목숨을 잃었다.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벌들의 공격성이다.

벌 쏘임 사고가 특히 8∼9월에 많이 발생하는 것은 이때가 벌의 산란기이기 때문이다. 가장 활동이 왕성하고 예민한 시기여서 다른 동물이나 사람에 대한 공격성이 더 커진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벌초가 한창이다. 벌 쏘임이 인명을 다투는 문제로 인식할 때 사고도 줄일 수 있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