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굽이 고갯길 넘어 백두대간 품속을 찾다
굽이굽이 고갯길 넘어 백두대간 품속을 찾다
  • 홍성식기자
  • 등록일 2019.09.04 20:45
  • 게재일 2019.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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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자가 간다, 문경으로 간다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무형문화재 김선식 도예가.

만나다… 무형문화재 김선식 도예가 

8대째 가업 잇는 ‘관음요’ 운영
한국 찻사발 대중화에 ‘온 힘’

“여름휴가요? 저야 도자기 만들고, 굽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니 올여름 내내 작업장에서 즐거운 휴가를 보냈다고 해야겠죠.”

무형문화재 김선식(49) 도예가의 말에선 자부심과 겸손이 동시에 느껴졌다. 그는 폭염과 폭우가 지루하게 이어지던 2019년 성하(盛夏)를 시뻘건 장작불 타오르는 뜨거운 가마 앞에서 보냈다. 작년도, 지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여유롭게 시간을 내서 어디로 놀러 다닌다는 건 김씨의 ‘상상밖에 존재하는 일’이다.

문경은 조선 초기부터 분청사기와 백자가 많이 생산되는 지역으로 이름이 높았다. 미려하고 다양한 형태는 물론 오묘한 빛깔로도 호평 받는 문경 도자기의 명성은 21세기에도 여전하다.

수집가들 사이에서 문경은 도예 부문 무형문화재와 명장(名匠)의 ‘작품 도자기’를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김선식 도예가가 운영하는 관음요(觀音窯)는 8대째 가업을 이어가는 공간으로 적지 않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씨의 선조인 김취정(金就廷)은 조선 영조 때인 18세기 중반부터 발물레를 사용해 백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 전통은 8대까지 이어져 김선식에 이르렀다. 자그마치 250년에 이르는 세월이다.

그 장구한 시간 동안 김선식 씨의 윗대 사기장들 모두는 전통 도자기의 발전에 자신의 모든 정열을 쏟았다. 김 도예가가 자신의 일에 긍지와 책임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는 내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문경에는 전통 방식의 도자기 제작법을 지켜가고 있는 장인들이 드물지 않게 존재한다. 그렇기에 해마다 ‘찻사발 축제’를 열고, 제법 큰 규모의 도자기박물관도 세웠다. ‘한국 도예의 전통을 지켜가겠다’는 지자체의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아름다운 색채와 형상을 가진 김선식 씨의 도자기.
아름다운 색채와 형상을 가진 김선식 씨의 도자기.

하루의 거의 대부분을 보내는 작업장에서 전통 발물레로 다완(茶碗·찻사발) 만드는 모습을 보여준 김선식 씨는 손을 씻은 후 사재를 털어 만든 ‘한국 다완 박물관’(문경읍 하리 소재)으로 기자를 데려갔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한국 찻사발의 매력을 알리고, 찻사발 대중화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 싶어 설립했다”는 이 박물관은 한국, 중국, 일본의 ‘작품급 다완’ 2천여 점 이상을 소장했다.

전시 공간에 한계가 있어 현재는 약 700점을 관람객들에게 선보이고 있고, 나머지는 도자기 보존에 적합하도록 기온과 습도 조절이 가능한 수장고에 보관 중이다. ‘한국 다완 박물관’은 찻사발만을 전문적으로 전시하는 국내 최초의 박물관이라는 것이 김씨의 설명.

“우리의 전통 도자기를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밥그릇과 국그릇으로도 편하게 사용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한 김선식 도예가는 “내게 맡겨진 역할이 조상들의 전통을 이어가는 것이라면 웃으면서 일하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그의 미소가 세상사 티끌이 묻지 않은 아이의 그것처럼 맑았다. 김씨의 아들 민찬 씨도 9대째 ‘패밀리 비즈니스’를 잇고자 현재 도예를 공부하는 중이다.

‘한국 다완 박물관’에선 김선식 씨가 만들고 구운 ‘경명진사 달항아리’, ‘철화 금채항아리’, ‘청화백자 국화문 항아리’, ‘분청철화 어문 자라병’ ‘관음 댓잎 다기(茶器)’ 등도 감상할 수 있다.

□ 관음요 홈페이지: http://kuy.kr

한국다완박물관: 054-571-5780

 

문경시 마성면에 자리한 박열의사기념관.
문경시 마성면에 자리한 박열의사기념관.

기억하다… 독립운동가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

일본 왕 암살 모의로 20년간 옥고
무정부주의 항일운동가 자취 느껴


문경은 아나키즘(Anarchism·무정부주의)을 사상적 배경으로 항일 독립운동을 전개했던 박열(1902~1974)의 고향이다.

호서남면 모전리에서 3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난 박열은 일본 왕을 암살하려 했다는 죄목으로 20년 넘게 옥고를 치러야했다. 그럼에도 체포와 재판 과정은 물론, 감옥에서까지 ‘조선 장부’의 기개를 꺾지 않았다.


소설가 안재성(59)은 박열을 지목해 “선과 악, 정의와 불의, 투쟁과 굴종 등 인간의 본성에 뿌리박은 여러 문제들을 고민하고 회의하고 또 질타하는 그의 연설문과 논문은 오늘의 현실에도 길을 안내하는 등불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말한다. ‘일본 권력자 계급에 전한다’, ‘나의 선언’ 등에서 보이는 박열의 문장은 단호하고 장려한 선비의 결기로 가득 차 있다.
 

박열 선생 추모비
박열 선생 추모비

박열의 연인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1903~1926)는 일본인임에도 ‘한국의 독립과 한국인의 자유’를 위해 당대의 아나키스트들과 함께 싸웠고, 이후 사랑했던 남자의 땅 문경에 묻혔다. 둘의 이야기는 지난 2017년 이준익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져 많은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문경시 마성면 오천리에 우뚝 선 박열의사기념관은 견인불발(堅忍不拔)의 태도로 조국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실천한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생애를 기억하기 위해 조성됐다. 주위 기념공원엔 ‘의사 박열 선생 추모비’와 가네코 후미코의 묘소도 자리했다.

기념관 전시실엔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유물과 유품,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역사를 보여주는 각종 자료가 방문객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무정부주의와 항일 역사 사이의 시대적 상관관계에 궁금증을 가진 사람이라면 반드시 찾아봐야 할 곳이다.

□ 박열의사기념관 홈페이지: http://www.parkyeol.com

관련 문의: 054-572-3396
 

문경새재 오픈세트장.
문경새재 오픈세트장.

 

걷다… 맨발로 밟아 본 문경새재 흙길

제 3문까지 걷는 6.5㎞ 코스 인기
박물관·세트장 등 볼거리 많아

입신양명(立身揚名)의 푸른 꿈을 안고 과거 시험을 보기 위해 선비들이 넘어가던 문경새재. 백두대간의 웅장한 산세가 그대로 느껴지는 이 고개의 이름은 ‘새들도 힘에 겨워 쉬면서 넘는다’는 의미라고 한다.

영남 지역과 기호 지방을 잇는 문경새재는 문물과 재화가 오가던 상업 거래의 중심지였고, 국방 분야에서도 요충지라 할 수 있었다. 1981년 일대 5.5㎢가 도립공원으로 지정됐고, 이듬해엔 문화재 보호구역이 됐다. 문경새재도립공원은 완만한 산길을 걸으며 여유롭게 등산을 즐기는 관광객들로 1년 내내 붐빈다. 특히 맨발로 걸을 수 있는 제3관문까지의 6.5km 구간이 방문자들에게 인기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신을 벗어 들고 흙 위를 걸어가는 모습이 재밌다. 기자 역시 이 행렬에 잠시 동참하며 그들과 즐거움을 함께 했다.

문경새재도립공원 주변엔 옛길박물관, 문경 에코랄라, 사계절 썰매장, 국민 여가 캠핑장, 철로 자전거, 짚라인(Zipline) 등 관광·레저시설이 마련돼 있어 가족단위 여행객들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키고 있다. 드라마 ‘태조 왕건’, ‘불멸의 이순신’, ‘해를 품은 달’이 촬영된 장소로 유명한 ‘문경새재 오픈세트장’도 공원 입구에서 가깝다.

기자가 이곳을 찾은 날도 고려와 조선시대를 실감나게 재현한 건물들 사이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카메라 앞에 선 중년의 한 관광객은 “서울만이 아니라 문경에도 광화문이 있네”라며 환하게 웃었다.

문경새재에서의 산행은 자신의 몸 상태를 감안해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제1관문에서 시작해 마당바위, 제2관문, 동화원 터를 지나 제3관문에 이르는 코스는 누구나 도전해도 좋은 산책길에 가깝다. 체력이 좋고 경험이 풍부한 등산객이라면 제1관문을 출발해 여궁폭포와 해국사를 지나는 ‘주흘산 3코스’가 제격이다.

□ 문경새재 관리사무소: 054-571-0709
 

기다리다… 마음 설레게 하는 축제들

우리 앞으로 성큼 다가선 가을을 더욱 풍요롭게 해줄 축제들이 문경시 곳곳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9월과 10월에 문경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아래 소개하는 정보가 도움이 될 것이다.

20일부터 22일까진 동로면 일원에서 “100세 청춘, 문경 오미자”라는 슬로건 아래 오미자축제가 열린다. 문경에서 생산되는 오미자는 해발 고도 300m 이상의 깨끗한 자연에서 친환경 방식으로 재배돼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축제에선 ‘오미자 퍼포먼스’, ‘전국 노래교실 경진대회’ 등이 펼쳐지고, 오미자를 재료로 만든 각종 요리가 마련된다.

거정석(약돌)을 사료에 섞어 먹여 특유의 육질을 가진 한우를 맛볼 수 있는 문경약돌한우축제는 28일과 29일 영강체육공원에서 개최된다. “약돌한우는 육즙이 풍부하고 담백한 감칠맛을 가졌다”라는 게 축제 주최측의 설명. 행사장에선 약돌한우는 물론, 여러 종류의 문경 농·특산물이 판매될 예정이다.

문경사과축제는 10월 12일에 시작돼 27일까지 16일간 이어진다. ‘백설공주가 사랑한 문경 사과’라는 홍보 문구가 재밌다. 문경 사과는 중산간 지역 비옥한 토질에서 자란다. 당도가 높고 맛과 향이 뛰어나 ‘꿀사과’라는 별칭도 있다. 문경새재 제1관문 앞 무대에서 펼쳐질 개막 퍼레이드와 축하공연, 사과 관련 체험 프로그램 등이 사람들의 관심을 모을 듯하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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