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진전으로 평가되는 ‘국회 장관 인사청문제도’가 만신창이 꼴이 돼 가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조국 인사청문회가 가까스로 열린다. 여야는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재송부해 달라고 요청한 마지막 날인 6일 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청문회가 무산될 위기 속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무려 9시간이 넘도록 국회에서 해명 기자간담회를 연 것은 입법부에 대한 행정부의 능멸이요, 집권 더불어민주당의 수치였다.

조국 후보자에 대해서는 처음에 제기된 문제는 청와대 민정수석이 장관으로 직행하는 문제가 상식적이냐 하는 논란이었다. 지난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시 청와대에 근무하던 권재진 민정수석을 신임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하자 야당으로서 거세게 반발했던 더불어민주당에 ‘이중잣대’라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김진표 원내대표는 “선거 중립을 내팽개치고 여당에 유리하게 판을 짜겠다는 불순한 의도”라고 비판했었다.

조국 후보자에 대한 혹독한 언론검증이 시작되면서 문제점들이 폭증했다. 딸의 의학 논문 제1저자 등재 문제, 대학입학 특혜 논란, 이상한 스펙 쌓기, 납득하기 힘든 장학금 수령, 사모펀드 문제 등 의혹들이 난무했다. 그러자 조국 후보가 국회에서 민주당의 주선으로 의원총회 장소로 쓰이는 국회 본청 246호에서 장시간 해명간담회를 열면서 수석대변인이 사회까지 본 것은 아무리 좋게 보아도 입법부 일원으로서 배알도 없는 행태였다.

다음날 자유한국당이 반박 회견을 열긴 했지만, 의혹 투성이인 장관 후보자에게 여당이 국회에서 장시간 기자간담회 형식으로 의혹에 대해서 일방적 해명을 늘어놓을 수 있게 해준 일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국회 인사청문제도를 희화화하는 수준을 넘어서 무력화시키는 최악의 선례를 넘겼다는 점에서 심각한 변칙이다. 야당의 존재는 우스갯감이 됐고 나아가 국회의 권능은 땅에 떨어졌다. 국회 청문 대상 공직 후보자가 누구든 “인사청문회 대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겠다”고 하면 막을 방법이 있나. ‘국회 청문제도’의 유명무실화를 초래하는 이 같은 행태는 마땅히 근절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