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부터 ‘호텔 델루나’ 까지
사람과 외향 비슷한 귀신 소재
판타지 호러로맨스 입지 다져
“기술 발전 따라 CG 화려해져
일본 만화 표절 의혹은 아쉬워”

작가 홍자매(왼쪽 홍정은, 오른쪽 홍미란). /tvN 제공

“저희의 첫 판타지 작품은 2009년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였습니다. 그리고 ‘주군의 태양’, ‘화유기’, 올해 ‘호텔 델루나’까지 10년에 걸쳐 여기까지 왔네요.”(홍미란)

최근 시청률 12%(닐슨코리아 유료가구)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막을 내린 tvN 주말극 ‘호텔 델루나’의 극본을 쓴 작가 홍자매(홍정은·홍미란)는 최근 마포구 상암동에서 한 인터뷰에서 소회를 밝혔다.

귀신들이 묵는 호텔 델루나의 아름답고도 괴팍한 1천300년 묵은 사장 장만월(아이유 분)과 싸늘하게 식은 그를 어루만져 저승으로 보내준 구찬성(여진구), 그리고 호텔 델루나의 직원들과 숙박객들의 촘촘한 사연들은 그동안 홍자매가 보여준 ‘귀신시리즈’의 완결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홍미란(42) 작가는 “10년 전 ‘구미호’ 때는 아홉 꼬리를 구현하는 것부터 어려웠는데 지금은 컴퓨터그래픽(CG) 등 촬영기술이 발달해 화려한 호텔과 저승을 건너는 다리 등도 보여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홍정은(45) 작가 역시 “10년 전에 여건상 할 수 없던 것들, 저희가 상상만 했던 판타지 세계관들을 구현할 수 있게 되면서 하나하나씩 발전해왔다”고 했다.

홍자매는 특히 ‘호텔 델루나’의 경우 귀신들만 묵는 호텔이기에 일반 호텔 등 건물을 빌려서는 촬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뛰어난 기술 덕분에 고대하던 모습 그대로 세트장을 지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두 작가는 사후 세계 판타지를 오랜 기간 조명해온 데 대해서는 “판타지 공간이라고 하면 우주도 있고, 초능력 히어로들이 사는 세상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쉽지 않다”며 “귀신이나 요괴는 생활과 밀접한 데다 산 사람과 차별성 없는 모습을 가진 존재들이라 제작 여건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호텔 델루나’./tvN 제공
드라마 ‘호텔 델루나’./tvN 제공

‘호텔 델루나’는 홍자매 작품 중에서도 조·단역들 사연이 풍성하게 그려졌다.

홍정은 작가는 “주연을 위해 존재하는 조연이 아닌, 각각의 캐릭터에 사연을 주려고 노력했다”며 “데뷔작인 ‘쾌걸 춘향’부터 조연들이 사랑을 많이 받을수록 드라마도 사랑을 많이 받더라. ‘호텔 델루나’ 역시 조연들도 친근하게 그려 그들이 (저승으로) 떠날 때 아쉽게 보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홍미란 작가도 “의학 드라마는 환자 한 명이 실려 오면 그것이 에피소드가 되듯 우리는 귀신 한 명이 호텔에 올 때마다 에피소드화하려고 했다”고 했다.

로맨스와 코미디가 주축이지만 한 번씩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귀신들의 모습도 사실은 다 치밀하게 계산된 것이라고 홍자매는 강조했다.

“OCN 밤 11시 드라마였으면 더 강렬하고 잔인했겠죠? 저희는 tvN 밤 9시라 수위를 조절하려고 노력했어요. 임금님 귀신처럼 따뜻한 에피소드도 넣고, 10명 중 2명꼴로는 무섭게 표현하려 했죠. 비주얼이 무서우면 음악으로 희석하는 식으로 조절하고요. 전체적으로는 무서움보다 신비로움을 살리려 노력했습니다.”

두 작가는 극의 상징인 장만월 역의 아이유와 그의 든든한 파트너 구찬성 역의 여진구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홍미란 작가는 “두 사람의 멜로 감성이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진하게 나와서 좋았다”고, 홍정은 작가는 “두 배우가 심성이 착하고 배려심이 넘쳐 작품도 잘된것 같다”고 했다. 두 사람은 “두 사람이 아닌 ‘호텔 델루나’는 상상하기 어려웠다”고 강조했다.

한편, 홍자매는 결국 만월을 저승으로 보낸 엔딩에 대해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결말”이라고 했다.

홍정은 작가는 “보통의 로맨스는 마지막에 결혼해서 끝까지 같이 가는 게 해피엔딩이지만, 장만월은 처음부터 귀신이었고 1천300년을 꼿꼿하게 선 존재였다. 그런 만월을 어루만져주고 달래 저승으로 보내주는 게 찬성이었다. 헤어짐을 전제로 한 멜로였기에 더 애틋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히트작을 탄생시킨 홍자매이지만 기존 작품에 ‘반 발짝’ 새로운 것을 얹는 스토리가 많다 보니 매번 표절 의혹에 시달리기도 한다.

드라마 ‘호텔 델루나’./tvN 제공
드라마 ‘호텔 델루나’./tvN 제공

홍자매는 “‘호텔 델루나’의 경우 일본 만화(우세모노 여관)와 비슷하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귀신 호텔 콘셉트는 ‘주군의 태양’ 때부터 있던 것”이라며 “저희가 쌓아온 것들로 계속 이야기를 만들어 왔는데 표절 의혹 보도가 나면 끝까지 꼬리표를 달고 가게 되는 점이 참 아쉽다”고 답답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실제로 작품을 다 보시면 표절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실 텐데 소재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표절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아쉽다. 특히 판타지극에서 소재의 자율성이 좀 확보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5남매 중 홍정은 작가는 첫째, 홍미란 작가는 셋째이다. 두 사람은 데뷔작 ‘쾌걸 춘향’의 성공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자매가 어떤 식으로 공동 집필을 하는지, ‘지분’은 어떻게 나뉘는지 묻자 두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할 뿐”이라고 답했다.

“노트북을 앞에 놔두고 끊임없이 대화해요. 한 장면 한 장면 모두 의논해서 쓰기 때문에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서로 대사를 다 알죠. 앞으로도 귀신부터 상큼하고 말랑말랑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작품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