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안 진

밤비에 씻긴 눈에

새벽별로 뜨지 말고

천둥번개 울고 간 기슭에

산나리 꽃대궁으로 고개 숙여 피지도 말고

꽃도 별도 아닌 이대로가 좋아요

이 모양 초라한 대로 우리

이 세상에서 자주 만나요

앓는 것도 자랑거리 삼아

나이 만큼씩 늙어가자요

아픈 친구의 문병 길에서 느낀 소회를 담담한 어조로 풀어내고 있다. 병이 더 깊어져 이승을 떠나 샛별로 뜨지도 말고, 산나리 꽃대궁으로도 피어나지 말고 병을 받아들이고 병과 함께 이승의 남은 시간을 건너가자고, 나이 만큼씩 늙어가자고 아픈 친구에게 보내는 위안의 편지 한 장을 읽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