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세계를 진동시키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언론의 주인공은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AI)이었다. 빠른 속도의 기술 진보와 혁신이 그동안 제조공장에 국한되었던 그들의 역할을 세상 밖에서 찾기 시작하였다. 결국 지금까지 축적되어왔던 인공지능의 기술, 유무선 통신망의 발달, 새로운 산업간 융합과 협업체제의 구축과 같은 여건이 갖추어진 결과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으로 통합되어 나타난 것뿐이다.

로봇분야도 마찬가지다. 용접과 같은 단순 반복적인 기능을 전담하던 산업용 로봇들은 오랫동안 대량생산 체제에서 효율성 증대와 공장프로세스 개선에 기여해 왔다. 산업용 로봇이라는 이름 그대로 이들은 공장 내에서만 존재하였다. 그랬던 로봇들이 점차 공장 밖으로 진출하게 된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관점에 따라 다양한 개념이 있겠지만 그 핵심 중 하나가 빅 데이터인 것만은 분명하다.

오랫동안 존재했지만 우리 시야에 노출되지 않았던 산업용 로봇들이 형태와 모습, 그리고 그 기능을 확장하여 우리 생활 속에 서서히 침투하고 있다. 우리가 서비스로봇이라 부르는 것들이다. 굳이 인간모습으로 걷고 말하는 것만 서비스로봇이 아니다. 인공지능으로 제어되면서 운전자의 필수품이 되어 버린 내비게이션도 광의의 서비스로봇이라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서비스로봇은 청소로봇, 요양보호로봇 등 가정용이나 개인용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태풍이 극심한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기자를 대신하여 리포터의 기능을 수행하는 언론방송용 미디어로봇까지 출현하였다. 이러한 서비스로봇의 관심과 수요가 확장되면서 세계 서비스로봇시장은 지난 5년간 약 12.3%라는 경이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중국전자학회가 발표한 ‘중국로봇산업발전보고서 2019’에 따르면 2019년 세계로봇시장규모는 약 294억1천만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포항은 여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포항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은 지도 무척 오래되었다. 문제는 항상 다른 곳을 쳐다보면서 새로운 것만 찾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포항은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대단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포항에는 국내 6대 로봇연구기관의 하나인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이 있다. 이곳은 실용로봇의 개발과 생산 모두가 가능한 로봇전문기관으로서 포항에서 한국지능로봇경진대회를 개최한지도 이미 20년이 넘는다. 포항이 명실상부한 최고의 로봇시티라는 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을 뿐이다.

최근 포항은 환호공원부터 죽도시장 일대까지를 영일만관광특구로 지정받았다. 관광특구에는 먹고, 보고, 즐기고, 체류하는 것이 모두 있어야만 활성화된다. 이왕이면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이 그동안 개발했던 다양한 서비스로봇들을 직접 보고,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전시관을 관광특구로 이전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하였으면 한다. 이를 계기로 관광특구의 자랑거리를 확보하고 여기에서 판매 가능한 서비스로봇을 생산하는 지역기업까지 육성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