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은 인근 존스홉킨스 대학 전문가 200명에게 이메일을 보냅니다. 답장이 하루에도 몇 통씩 들어옵니다. 세계 최고의 의학 전문가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잭의 실험 과정에서의 오류와 아이디어의 부적절함, 이 연구가 왜 의미가 없는지 반박을 쏟아냅니다. 순식간에 100통이 넘는 거절 편지로 메일함이 쌓입니다. 거절의 이유는 논리적이며 날카롭습니다. 우박처럼 쏟아지는 세계 최고 전문가들의 비판과 거절 속에서 소년의 마음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립니다. 199통의 거절 편지 끝에 마지막으로 기적과 같은 메일 한 통이 도착합니다.

“얘야. 어쩌면(maybe) 내가 이 연구를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존스홉킨스 마이트라 박사의 답변이었습니다.

잭은 199통의 거절보다 ‘아마도(Maybe)’라는 한 단어에 초점을 맞추고 벌떡 일어나 마이스트라 박사에게 달려갑니다. 논문 500편과 수십 권의 책을 읽어 인터뷰 준비를 하지요. 박사와 연구원 20명이 몰려들어 수도 없는 질문 공세를 퍼붓습니다. 잭은 침착하게 그 모든 질문에 대해 답변하지요. 마이스트라 박사는 빙그레 웃으며 실험실 한쪽을 내어줍니다.

이 연구소에서 7개월을 보낸 후 잭은 마침내 탄소 나노 튜브에 항체를 엮어내 조각 센서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합니다. 피 한 방울을 뽑고 센서를 담그기만 하면 5분 이내로 결과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비용은 불과 35원(3센트) 정확도는 100%입니다. 60년 전에 정립한 구닥다리 췌장암 진단 방식과 비교해 보면 잭의 방식이 168배 빠르고 2만 6천배 저렴하며 400배 더 민감하고 100%에 가까운 정확도를 보입니다.

췌장이라는 신체 기관이 있는 것조차 몰랐던 중2 소년이 거의 혼자 힘으로 기적을 일으킵니다. 대한민국에서도 이런 대범한 십대들이 여기저기 대나무처럼 쑥쑥 솟아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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