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주한동대 교수
김학주 한동대 교수

리만사태 때 사고를 친 것은 미국이다. 그런데 그 부작용은 신흥국에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한 이후 시중에 풀린 자금은 아시아로 건너 와 핫머니가 되었고, 미국이 통화정책을 바꿀 때마다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외환보유고에 달러를 더 쌓아야 한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즉 신흥국 정부가 지출 대신 저축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미국의 무역장벽으로 인해 신흥국 국민들도 불안감을 느끼며 소비대신 저축을 선택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대규모 세금 감면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축이 증가한다는 소식이다. 세계적으로 소비를 늘려 줄 수 있는 곳은 세계 인구의 60%를 차지하고, 중산층이 두터워지고 있는 아시아인데 달러가 기축통화라는 이유로 이곳에 불안감이 조성되어 소비 대신 저축이 증가하고 있다. 그 결과 세계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는 불만이 일고 있다.

브레튼 우즈(Bretton Woods) 협정은 1971년 깨졌다. 그럼에도 달러는 그 때의 힘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현재 미국은 세계 교역의 10%, 세계 GDP의 15%를 차지하는데 불과하지만 50%이상의 교역과 세계 증권 발행량의 2/3 이상이 달러로 이루어지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최근 영란은행장인 마크 카니는 달러가 단일 기축통화라는 사실이 주는 역기능을 비판했다. 미국이 불안해질수록 다른 나라들이 더 달러를 사야 하는 역설을 꼬집었다. 그는 세계교역 비중을 기준으로 한 바스켓 통화를 제안했다. 그것도 디지털 통화로 하자고 한다. 그는 내년 1월로 영란은행을 떠나 IMF내 집행임원으로 내정될 확률이 높다. 즉 점점 달러에 도전하는 세력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달러 패권을 고집하겠지만 결국 수출해야 먹고 살게 된 스스로를 인정할 것이다. 트럼프가 수출을 위해 달러 약세를 원한다고 해서 생뚱맞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엘리자베스 워렌을 비롯한 민주당의 차기 대선 주자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그 동안 여러 나라들의 물건을 사주던 미국의 전후 세대(baby boomer)가 늙어 더 이상 구매력을 유지할 수 없으니 이제는 미국도 남의 나라에 물건을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물건을 사 줄 수 있는 곳은 아시아다. 미국은 청정에너지인 천연가스를 비롯해 사물인터넷 시대의 기초소재인 IT부품을 팔 수 있다. 그럴수록 미국도 서서히 아시아 패권을 인정할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아시아에서 내수시장이 큰 중국의 위안화 자산에 투자해 볼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이 그렇게 생각을 바꾸기 전에 커다란 갈등을 만들 수도 있다. 군사력을 활용할 수 있다. 이것이 증시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주가지수는 10년을 주기로 두 배 올랐다가 위기가 발생하며 반 토막 나서 제자리로 오는 경우가 자주 발견된다. 미국이 만드는 갈등이 시장에 쇼크를 주며 코스피를 전고점인 2600의 절반인 1300근처로 끌고 내려갈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당장은 안전자산인 달러에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