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일주일여 앞두고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곳곳이 주부들의 한숨 소리로 가득했다. 제수용 농축수산물 가격이 크게 올라 차례상 차리기가 겁이 난다는 하소연이 쏟아졌다. 가벼워진 장바구니 탓에 추석 상차림을 간소화하겠단 푸념도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2일 오전 포항 이마트 이동점. 장을 보러온 사람들로 제법 북적였지만, 얼굴 표정엔 저마다 수심이 가득했다. 과일과 채소 등을 살펴보던 주부들은 가격표를 보고 한동안 고심하는가 하면 상품을 손에 쥐었다가 내려놓길 반복했다. 결국 제자리에 놓고 카트를 돌리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과일매대 앞에 있던 40대 주부는 “차례상에 올릴 과일을 고르러 왔는데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놀랐다”며 “해마다 명절 차례상 장보기가 이젠 겁이 날 정도다. 상차림을 간소화한다고 하지만 과일은 안 올릴 수도 없으니 양을 줄여서 살 것”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같은 날 오후 전통시장은 대형마트와는 달리 비교적 한산했다. 죽도시장엔 노점마다 상인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추석 명절 대목 분위기를 느끼기엔 손님이 드물었다. 좀 더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사려고 시장을 찾은 손님들도 물건 값이 예전보다 오른 탓에 쉽게 지갑을 열지 못했다.

채소좌판을 지키고 있던 한 상인은 “손님들이 시장조사 나온 것마냥 가격만 물어보고 사가질 않는다”며 “제때 팔지 못하면 금방 시들해져 도매상에게 받는 물량도 10박스 받던 것을 7박스로 줄였다. 10년 전만해도 명절 특수에 대목이 기다려졌는데 지금은 손님도 줄고 장사도 안 돼 매출에 큰 변화가 없다”고 토로했다.

추석 차례상 장바구니 물가 상승에 올해 6∼7인 가족 기준 상차림 평균 비용은 전통시장 이용 시 19만3천938원, 대형마트 23만6천565원으로 조사됐다. 전통시장 구매 비용은 전년 대비 0.7% 상승했고, 대형마트는 6.9% 올랐다.

특히 과일 가격의 상승폭이 커졌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기준 배(신고) 도매가격은 15㎏당 7만779원으로 평년 대비 183% 올랐다. 2018년산 저장물량이 거의 소진된 것이 주된 요인이다. 이달 초부터 햇배가 본격 출하돼 추석 성수기 배 공급량은 지난해보다 4% 정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지만, 차례상에 오르는 대과는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예년보다 추석이 빨라 출하 전 과일이 충분히 커질 여유가 많지 않아서다.

경북지역에서도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농축수산물 가운데 과일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경북물가관리시스템에 따르면 8월 20일 기준 전통시장 판매 과일 7종 가운데 사과, 포도, 배, 귤 4개 품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가격이 상승했다. 특히 배(2만6천341원)는 지난해 평균 가격이 1만7천807원인 것을 감안하면 50% 가량 올랐다.

차례상 필수 품목인 대추와 밤도 예년보다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건대추의 경우 산지 가격이 ㎏당 1만768원으로 평년 대비 67% 올랐고, 밤은 ㎏당 2850원으로 평년 대비 12% 상승했다.명태와 명태포는 어획량이 감소해 상승세가 유지될 것으로 각각 전망됐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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