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반이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고 입법부가 그 됨됨이를 살피는 일은 민주국가의 3권분립을 증명하는 자랑거리 중 하나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문제를 놓고 나라 안이 온통 들끓은 지가 3주일이나 흘렀건만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논란만 키워왔다. 여야가 이달 2∼3일에 열기로 했던 청문회는 일단 무산됐다. 극한 정쟁으로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조차 제대로 열지 못하는 이 부끄러운 노릇을 어찌하면 좋을 것인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증인에서 조 후보자의 부인·딸·모친 등 가족을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극구 반대해 온 가족 증인 채택을 포기하되, 나머지 증인들 출석이 가능하도록 당초 합의한 2∼3일 청문회를 미루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한국당 나 원내대표의 제안에 대해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원내대표의 이 같은 반응은 나 원내대표가 가족 증인 양보 카드를 앞세워 여야가 당초 합의한 2∼3일 인사청문회 일정을 7일 이후로 늦춰 청문 정국을 장기화하려는 포석이라는 민주당 내부의 인식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폭포처럼 쏟아지는 의혹에 “청문회에서 답하겠다”며 입을 닫아온 조국 후보자는 당장 해명 회견을 열겠다고 밝혀 민주당이 긴급 ‘해명 기자간담회’을 마련해주었다. 청와대 역시 여야 청문회 일정 합의 여부와 관련 없이 곧바로 인사청문경과보고서의 재송부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석 연휴 전인 9일께 임명을 강행하리라는 예측이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한다는 호된 비판이 있긴 하다. 그렇더라도 의혹투성이인 장관 후보를 보호하기 위해 상식을 벗어난 궤변마저 일삼는 집권당의 행태나 국민적 의혹을 속시원히 풀어줄 청문회를 견인해내지 못하는 야당 모두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국민의 대표들은 여의도에 따로 모여 앉아 TV를 통해 의혹을 일일이 부인하는 후보자의 기자간담회를 지켜보았다. ‘국민 청문회’라니, 듣도 보도 못한 희한한 일이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