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는 박정희 대통령이 조국의 근대화를 염두에 두고 일으켜 세운 도시다. 포항제철과 더불어 한국 근대화 기치의 중심지 역할을 한 도시다. 우리나라 최초로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고 국가의 전략산업으로 지목한 전자산업이 이곳에서 출발했다. 1988년 삼성전자가 국내 최초로 휴대전화를 구미산업공단에서 개발하면서 애니콜 신화가 이곳에서 탄생한다. 디지털 기술혁신의 본향인 셈이다.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한 덩샤오핑조차도 경제 발전의 모델로 삼고자 했던 곳이 바로 구미였다.

1973년 구미 1공단이 준공되면서 가난한 농촌마을은 상전벽해가 된다.

공장이 들어서자 사람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도시는 활기로 차고 넘쳤다. 1999년 구미공단은 전국 단일 공단으로서는 처음으로 수출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2005년 수출 300억달러를 달성함으로써 전국 어느 도시도 넘나 볼 수 없는 최고의 수출중심 도시로 성장했다. 낙동강의 기적이라 불렀다. 적어도 2010년 이전 만해도 울산시와 맞먹는 부자 도시였다고 모두가 자부했다. 잘 나가던 구미 경제가 심각한 곤경에 빠졌다는 소식이 자주 들리고 있다. 삼성전자 LG 등 대기업의 해외 이전과 경기침체 등 복합적 요인 때문이라고 전한다. 그러나 통계상에 나타난 수치로 볼 때 구미의 경제는 이미 중증에 빠져든 것 같아 걱정이다.

공단 근로자수 감소와 공장 가동률 전국 최하위, 실업률 전국 최고 등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일로다. 특단의 조치가 반드시 있어야 할 판이다. 공단 설립 50년 만에 구미 경제가 굴욕적 상황에 직면한 꼴이 됐다. 대한민국 근대화의 선두주자인 구미의 옛 명성을 회복할 묘책이 지금 필요한 때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