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조국 논란으로 어수선한 사이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제 개혁안이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전격 통과시켰다. 정치적으로는 조국에 대한 정의당 데스노트를 막아내기 위해서 강행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어쨌든 패스트트랙에 실린 선거제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은 자명해졌다. 선거법은 ‘게임 룰’이다. ‘여야합의’를 위한 진지한 노력이 끝까지 수반돼야 할 것이다.

29일 의결된 선거제 개정안의 핵심 골자는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다. 의원정수는 현행대로 300명을 유지하되 지역구 의원을 28명 줄여 225(현행 253명)명을 선출하고, 비례대표 의원은 현행 47명에서 75명으로 증원하는 것이다. 또한, 비례대표 의석은 국회의원 선거에서의 전국 정당 득표율을 기준으로 연동률 50%를 적용해 배분한 뒤, 남은 의석은 지금 제도처럼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분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 20여 명이 정개특위 회의장으로 몰려와 ‘선거법 날치기’라 쓰인 피켓을 들고 거세게 항의했다. 하지만 민주당 홍영표 위원장은 곧바로 ‘기립 투표’ 방식의 표결을 강행했고, 선거법 개정안은 회의 시작 1시간 만에 의결됐다.

의결 직후 자유한국당은 의원직 총사퇴 불사까지 거론하면서 무효화 투쟁을 선언했다. 한국당 소속 여상규 의원이 위원장인 1차 관문 법사위에서부터 자유한국당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설령 본회의에 회부되더라도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사라질 수도 있는 지역구 의원들의 격렬한 반발로 어쩌면 국회에서 또다시 초유의 ‘동물 국회’가 재연될 수도 있다.

정치꾼들이 눈앞의 이익만을 탐닉하는 듯한 선거법 협상을 바라보는 민심이 착잡하다. 더 이상 사나운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대화와 타협으로 합의점을 찾아내야 한다. 국민이 잠시 빌려준 권력을 놓고 조금이라도 더 먹자고 다투는 모습은 참 딱하다. 게임 규칙은 어떻게든 합의로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제발 유치한 힘자랑 좀 그만들 하시고,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정치’ 좀 보게 해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