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이주열차’

이동순 지음·창비 펴냄
시집·1만3천원

시는 물론 분야를 넘나드는 다양한 창작·연구 작업을 통해 문학계에 굵직한 족적을 남겨왔으며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 중인 이동순(70) 시인의 신작 시집 ‘강제이주열차’(창비)가 출간됐다.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돼 등단한 이래 시인은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우리 시단을 대표하는 시인 중 한 사람으로 입지를 굳혀온 한편 분단 이후 최초로 ‘백석 시전집’을 발간한 것을 비롯해 분단으로 매몰된 많은 시인을 발굴해 문학사에 복원하는 등 연구자로서도 뚜렷한 성과를 남겼다. 이번 시집 ‘강제이주열차’는 시인의 열여덟번째 시집으로 구소련 시절 스탈린 정권이 자행한 고려인 강제이주사를 다룬 연작 성격의 작품집이다.

제1부 ‘강제이주열차’에서는 부제 그대로 강제이주사를 집중적으로 천착했다. 이 시집에서 단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목이다. 시인은 80여 년의 세월 동안 소외와 무관심 속에 방치돼왔던 강제이주 문제를 자기 문학의 화두로 삼고서 그 시절 “인간이 아니고 짐승이었”(‘우리는 무엇인가’)던 고려인들의 처절한 수난의 역사를 세세하고 실감나게 복원해낸다.

제2부 ‘슬픈 틈새’에서는 사할린 한인들을 주로 다뤘다. 역사학자 반병률 교수의 해설에 언급된 바와 같이 사할린은 오랫동안 러시아와 일본 간 분쟁의 장이었던 곳으로서 무수한 일제 강제징용자들의 아픔이 서려 있다. 시인은 강제징용으로 끌려가 끝내 돌아오지 못한 채 “만리타향에 뼈를 묻은”(‘강제징용자’) 사할린 한인들의 기구한 세월을 그려냈다.

제3부 ‘두개의 별’에는 2018년 카자흐스탄을 방문했던 경험을 기반으로 한 작품들이 담겨 있다. 시인은 고려인 묘지에 나란히 묻힌 두 혁명가 홍범도와 계봉우를 기리기도 한다. 특히 시인은 전10권에 이르는 서사시 ‘홍범도’(국학자료원 2003)를 집필하기도 했던바, 홍범도 장군이 대한독립군을 창건하면서 공포했던 ‘유고문’의 형식을 빌린 ‘신 유고문(新諭告文)’은 오늘날 한반도 상황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으로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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