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이주열차’
이동순 지음·창비 펴냄
시집·1만3천원
제1부 ‘강제이주열차’에서는 부제 그대로 강제이주사를 집중적으로 천착했다. 이 시집에서 단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목이다. 시인은 80여 년의 세월 동안 소외와 무관심 속에 방치돼왔던 강제이주 문제를 자기 문학의 화두로 삼고서 그 시절 “인간이 아니고 짐승이었”(‘우리는 무엇인가’)던 고려인들의 처절한 수난의 역사를 세세하고 실감나게 복원해낸다.
제2부 ‘슬픈 틈새’에서는 사할린 한인들을 주로 다뤘다. 역사학자 반병률 교수의 해설에 언급된 바와 같이 사할린은 오랫동안 러시아와 일본 간 분쟁의 장이었던 곳으로서 무수한 일제 강제징용자들의 아픔이 서려 있다. 시인은 강제징용으로 끌려가 끝내 돌아오지 못한 채 “만리타향에 뼈를 묻은”(‘강제징용자’) 사할린 한인들의 기구한 세월을 그려냈다.
제3부 ‘두개의 별’에는 2018년 카자흐스탄을 방문했던 경험을 기반으로 한 작품들이 담겨 있다. 시인은 고려인 묘지에 나란히 묻힌 두 혁명가 홍범도와 계봉우를 기리기도 한다. 특히 시인은 전10권에 이르는 서사시 ‘홍범도’(국학자료원 2003)를 집필하기도 했던바, 홍범도 장군이 대한독립군을 창건하면서 공포했던 ‘유고문’의 형식을 빌린 ‘신 유고문(新諭告文)’은 오늘날 한반도 상황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으로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