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만에 13억 어치 판매됐지만
가맹점 모집은 목표치 절반 수준
스티커 부착 않은 곳도 ‘수두룩’
지역 공무원 구매 동참도 ‘시들’
사회적 공감대 형성 ‘절실’

[구미] 시민 김모(46)씨는 지난 23일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위해 구미시 형곡동의 한 식당을 찾았다. 김 씨는 지난달 구미시가 지역자금 역외유출 방지와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해 발행한 ‘구미사랑상품권’을 10% 할인된 가격에 구입했기에 일부러 가맹점을 검색해 이 식당을 찾았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다함께 한 외식이라 즐겁게 식사를 마치긴 했으나 그 기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식사 후 김씨가 “구미사랑상품권으로 계산이 가능하냐”고 묻자 가계주인은 퉁명하게 “네”라고 짧게 대답만하고, 현금영수증은 아예 끊어주지도 않았다. 이에 김씨가 다시 “현금영수증 좀…”이라고 했지만, 주인은 들은체도 하지 않았다. 김씨는 기분이 몹시 상했지만, 이 사실을 모르고 마냥 즐거워하는 가족들의 기분까지 망칠 수 없어 참을 수 밖에 없었다.

구미시가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해 발행한 구미사랑상품권이 소상공인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구미시는 지난달 22일 구미사랑상품권을 50억원 발행해 현재(8월27일 기준)까지 13억4천여만원을 판매했다. 발행기념으로 10% 할인행사를 벌인것을 감안하더라도 짧은 기간 26.7%의 판매실적은 지역상품권을 발행하는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하지만 문제는 가맹점이다. 당초 구미시는 상품권 발행 전까지 5천여개의 가맹점을 모집할 계획이었으나 발행 한 달여가 지난 현재까지 가맹점 수는 2천800여개에 불과하다. 가맹점에 가입한 상점이라도 상품권 가맹점을 알리는 스티커 등을 부착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소규모 상점들이 구미사랑상품권 가맹점 가입을 꺼리는 이유는 뭘까. 기자가 직접 시청 인근 상점들에게 물어 본 결과 ‘귀찮아서’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결국, 시민들의 세금으로 추진하고 있는 구미사랑상품권 도입 취지를 정작 소상공인들은 모르고 있다는 뜻이다.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을 막아 지역 상권을 살리는데 작은 힘이 되겠다며 구미사랑상품권을 구매하러 일부러 다른 동네까지 가는 불편함을 감소하는 시민들도 있는 반면, 일부 소상공인들은 이러한 시민들의 정성을 ‘귀찮다’라는 이유로 묵살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도량1동 등 몇몇 동은 구미사랑상품권을 취급하는 대구은행과 농협이 없어 인근 다른 동 지점에서 구매하고 있다.

여기에 공무원들의 무관심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포항시의 경우 포항사랑상품권 발행 첫 해부터 전체 공무원들이 솔선수범 상품권을 구매해 사용하면서 가맹점을 급속하게 늘려나갔으나, 구미시의 경우 구미사랑상품권 발행 한 달여가 지난 현재 시청 간부공무원들의 상품권 구매는 수치를 밝히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한 시민은 “지금의 구미사랑상품권 현상은 지역사회의 공감대 없이 다른 지자체가 하니 막연히 따라한 결과”라며 “이제라도 공무원들과 상인들이 구미사랑상품권을 도입한 취지를 분명히 인식하고 지역경제를 위해서 상품권 유통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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