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평론가 황광해, 의성을 맛보다

의성은 마늘이다. ‘의성마늘 최고!’는 팩트다.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다. 생산량, 가격 모두 전국 최고다.

의성은 마늘 왕국이다. “조선 11대 중종 21년(1526년, 약 470여 년 전)에 현 의성읍 치선리(선암부락)에 경주 최씨와 김해 김씨 두 성씨가 터전을 잡게 되면서 재배되었다”고 한다. 의문은 남는다. 중종 21년 무렵 재배한 마늘은 어떤 것일까?

단군신화에도 마늘은 등장한다. 가장 오래된 ‘마늘’이다.

“(전략) 이때 곰 한 마리와 범 한 마리가 한 굴에서 살며 늘 환웅에게 사람되기를 빌었는데, 한번은 환웅이 신령스러운 쑥 한 줄기[艾 一炷, 애 일주]와 마늘 20개[蒜 二十枚, 산 이십매]를 주면서 이르기를, (후략)”
 

단군신화서 나오는 마늘은 ‘산’
오늘날의 쪽마늘과는 다른 형태
조선 중종 21년 현 의성읍 치선리에
경주 최씨·김해 김씨가 터전 잡으면서
명품 의성마늘 재배 역사 시작돼

마늘은 ‘산(蒜)’이다. ‘산’은 오늘날의 마늘과 다르다. 산은 마늘이면서 ‘달래’다. 단군신화를 전한 ‘삼국유사’의 ‘산(蒜)’은 마늘이 아니다. 달래 혹은 산마늘(명이나물)이 아닐까, 라고 추정한다. ‘마늘 20개’는 ‘산 20매(枚)’의 번역이다. 20줄기인지, 쪽으로 따져서 마늘 20쪽인지도 불분명하다.

조선 중기까지의 마늘[蒜, 산]은 오늘날의 ‘쪽’이 있는 마늘과는 다르다. ‘삼국유사’를 기록한 고려 시대에도 오늘날의 ‘쪽 마늘’은 없었다.

조선 후기부터 마늘은 더 혼란스럽다. 마늘 종류(?)가 넷으로 늘어난다. 산(蒜)이 있다. 소산(小蒜), 대산(大蒜)이 있다. 소산은 달래, 대산은 오늘날의 마늘과 비슷한 것으로 여긴다. 여기에 ‘독두산(獨頭蒜)’이 있다. ‘독두산’은 머리가 하나인 ‘외톨마늘’이다. 달래보다 크기가 큰 ‘마늘 같은 것’으로 짐작한다. ‘외톨마늘’로 번역하지만 정확한 모양은 그리기 힘들다.

홍만선의 ‘산림경제’에는 마늘을 심고 가꾸는 상세한 방법도 나와 있다.

세 차례를 잘 갈고 호미로 고랑과 두둑을 치고서 두 치씩 띄워 한 구덩이를 둔다. 짚신 버린 것을 소변에 담갔다가, 종자를 속에다 넣고 건 흙을 곁들어 심고서 위에다 거름을 두텁게 하면, 크기가 주발[碗]만큼씩 하다. <한정록>/ (중략)/9월 초순에 마늘쪽을 촘촘하게 심었다가, 2월 무렵에 이르면 땅을 두어 차례 갈고서 두둑마다 건 흙을 수십 짐씩 붓고, 다시 연장으로 뒤적거려서 골고루 긁고 두 치 가량에 구덩이 하나씩을 내고 마늘 묘종을 한 포기씩 심으며, 가물 때는 항시 물을 준다. - ‘거가필용’

‘한정록’은 조선 중기 문인 허균(1569~1618)이 편찬한 책이다. 중국의 사료를 중심으로 엮었다. ‘거가필용’은 중국 자료다. ‘산림경제’는 홍만선이 엮었지만, 중국 자료가 많다. 위의 마늘 기르는 법도 마찬가지다. 상당수가 중국 측 자료를 참고한 것이다.

의성군에 ‘마늘의 진화’를 기대한다. ‘의성 마늘’은 이미 부동의 1위다. 마늘 자료, ‘마늘 인문학’도 부동의 1위가 되기를. ‘의성마늘’이 한반도로 넘어서 전 세계로 뻗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음식, 식재료는, 상상력과 고증을 바탕으로, 인문학으로 진화한다. 의성군이 ‘마늘 인문학’에서도 최고, 최대, 최초가 되기를 기대한다. 마늘은 인류가 널리 사용하는 식재료 중 하나다. 의성은 마늘에 대해서는 으뜸이다.

주영자 마늘닭.
주영자 마늘닭.

같은 ‘마늘 치킨’, 묘하게 다르다
‘주영자마늘닭’& ‘의성마늘치킨’

의성은 마늘이다. 대부분 음식에 마늘을 넣는다. “의성 마늘을 썼다”고 표기한다. ‘주영자마늘닭’과 ‘의성마늘치킨’도 마찬가지다. 이름에 ‘마늘’이 들어 있다. ‘마늘치킨’이다. 두 마늘치킨 집은 묘하게 다르다. ‘의성마늘치킨’은 의성읍내에 있다. 번화가는 아니지만 ‘읍내’의 장점이 있다.

‘주영자마늘닭’은 단촌면에 있다. 읍내에서 20분 정도 걸리는 곳이다. 시장 한 귀퉁이에 있다. 가게에 들어서면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가 있다. 주인이 손님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전화해야 주인이 나타난다. 한적한 시골 음식점이다. 두 집 모두 음식 내공은 깊다.

의성마늘치킨.
의성마늘치킨.

‘주영자마늘닭’은 방송인 ‘ㅂ’씨가 소개하면서 널리 유명해졌다. “방송 때문에 온 게 아니라 오래전부터 우리 집 단골이었다”고 말한다. ‘ㅂ’씨가 오래전부터 드나들다가 어느 날 방송을 했다. “내가 ‘ㅂ’씨보다 한수 위”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음식이 깔끔하고 맛있다. 더 바랄 게 없다. 겉이나 속이 모두 부드러운 편. 튀김옷의 단맛과 고기의 고소한 맛이 잘 어울린다.

‘의성마늘치킨’은 주문한 후 20~3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 “무슨 치킨을 기다려야 먹을 수 있나?”라고 불평하지만, 치킨을 받아든 순간 “아! 이래서”라고 긍정한다. 겉이 파삭하고 속은 촉촉한 치킨이다. 이른바 ‘딥 프라이드(deep fried)’ 방식으로 튀겨낸 치킨이다. 튀김옷을 입힌 닭고기, 튀김 기름의 온도차이가 정확해야 한다. 숙련된 이가 제대로 만든 치킨이다. 식힌 후 뚜껑을 닫으면 제법 시간이 흘러도 튀김의 파삭함과 맛은 쉬 변하지 않는다.
 

‘남선옥’의 소고기양념불고기.
‘남선옥’의 소고기양념불고기.

의성 쇠고기, 같지만 다르다
‘남선옥’& ‘의성마늘한우프라자’

‘의성읍 한우회 영농조합 직영점_의성마늘한우프라자’라고 크게 써 붙였다. 영농조합에서 직영, 믿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정육점 식당’ 식이다. 손님이 가게 입구에서 고기를 고른다. 불판이 마련되고 손님이 선택한 고기를 불판 위에 올린다.

마늘은 불고기 양념의 주재료다. 궁합이 맞는다. 의성 산 마늘을 고기와 같이 굽거나 고기에 올려서 먹는다. 의성마늘은 대체로 작다. 매운맛과 단맛의 조화가 좋다. 마늘즙도 풍부하다, 일교차가 심한 곳에서 자란 한지형이다. 크기가 작으니 자르지 않는다. 통째로 먹어도 과하지 않다. 고기는 싱싱하다. 숙성의 맛보다는 싱싱함이다. 씹는 질감이 좋다.

‘의성한우프라자’의 갈비살.
‘의성한우프라자’의 갈비살.

‘남선옥’은 전통 재래시장 옆에 있다. 의성에서도 노포다. 60년을 훌쩍 넘겼다. 지금 주인이 운영한 세월도 30년을 넘겼다. 메뉴는 딱 하나. ‘소고기 양념 불고기’다. 가격도 저렴한 편. 120g에 1만 원(2019년 8월 현재). 3인분씩 내놓는다. 양념이지만 마치 생고기 같다. 고기에 대한 주인의 자부심은 높다. 굽기 전 생고기를 먹어보라고 권한다. 석쇠 위의 고기를 돌돌 말면서 익히는 것이 요령. 마치 양념하지 않은 듯한 고기가 숯불 위에서 빠르게 익는다. 육즙도 빠지지 않고 그대로 배어 있다. 추천!

 

‘의성진식당’의 골부리국과 추어탕.
‘의성진식당’의 골부리국과 추어탕.

인심 넉넉한 내륙의 맛을 즐기다
아침 ‘의성진식당’·저녁 ‘원조닭발’

이른 아침. 밥 먹을 곳이 없다. 의성은 깊은 내륙이다. 아침에 문을 여는 식당도 별로 없다. ‘의성진식당’을 추천한다. 이른 아침 문을 연다. 가게 입구에는 “씨름 선수들이 방문했다”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의성마늘을 비롯해 국산 농산물을 사용한다고 적혀 있다. 다슬기, 경북 북부에서는 ‘골부리’다. ‘골부리 국 명산지’인 안동 길안면과 맞붙어 있다. 의성읍 인근에도 크고 작은 개울이 있다. 다슬기국, 골부리국을 권한다.

추어탕도 좋다. 미꾸라지를 삶아서 뼈 등을 추려낸다. 곱게 간 미꾸라지 살에 얼갈이배추나 청방배추 등을 넣고 끓인다. 미꾸라지 형체가 보이지 않으니 추어탕이라 여기지 않는다. 된장 등으로 비린내를 잡는다. 부족하면 산초가루를 넣는다. 농촌형 추어탕이다. 씨름 선수들이 찾는 이유가 있다. 인심이 넉넉하고 친절하다. 좋은 식재료를 골라 쓴다. 평범한 밥상이지만 깔끔하고 넉넉하다.

‘원조닭발’의 연탄구이 닭발.
‘원조닭발’의 연탄구이 닭발.

의성읍내 재래 전통시장 입구. 연탄 화덕이 서너 개 옹기종기 모여 있다. 석쇠 위, 양념한 닭발이 하나 가득이다. 연탄 위에서는 연신 연기가 피어오른다. 연탄불로 닭발을 굽는다.

의성은 산골이다. 해가 일찍 진다. 저녁 시간이면 마땅히 갈 곳도 없다. ‘원조닭발’. 닭발, 닭 모이주머니(닭똥집)로 소주잔 기울이기 좋다. 특별한 맛을 기대하지는 말 것. 이제는 사라진, 연기 폴폴 날리는 연탄구이 닭발, 모이주머니를 먹을 수 있다. 분위기는 푸근하다.

의성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를 사용한다. 들깻잎도 인근 밭에서 뜯어온 것이다. 새색시처럼 단아한 마늘도 마찬가지. 쫄깃한 닭발, 모이주머니에 싱싱한 들깻잎, 마늘, 된장이면 소주, 막걸리 안주로는 그만이지 않을까?        /음식평론가 황광해

    음식평론가 황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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