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데이가 기록한 노트를 보면 의미 있는 발견 순간을 기록한 페이지에 11, 894번 숫자가 있습니다. 한 페이지에 3번씩 실험한 결과를 필기했으니 패러데이는 4천 페이지째 이르러 전자기 유도 법칙을 발견한 것이지요.

빅토리아 영국 여왕이 온갖 지위와 명예를 보장해 주겠노라, 제안하지만, 패러데이는 정중하게 거절하고 겸손한 태도를 유지합니다. 사후 가장 명예로운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안치할 것도 수락하지 않습니다. 끝내 평민들의 공동묘지에 자신의 시신을 묻어달라 유언하지요.

해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청소년을 위한 과학 특강을 개최해 다음 세대가 과학에 흥미를 갖도록 합니다. 패러데이가 시작한 왕립연구소의 크리스마스 강연은 오늘날에도 역사가 면면히 이어져 200년 넘는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리차드 도킨스, 칼 세이건 등 연사로 초대받은 사람은 과학계 전설들입니다.

20파운드 지폐 뒷면에는 패러데이 초상과 그 크리스마스 특강에서 양초 하나로 6개의 실험을 보여주는 위대한 강연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패러데이는 양초 하나로 다양한 물리, 화학 개념들을 설명한 후에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양초의 불꽃은 어둠 속에서도 빛을 발하지만, 다이아몬드는 불꽃이 없으면 결코 빛날 수 없단다.”

‘단 하루를 살더라도 이렇게 사는 것이 후회 없는 삶이다’ 얼마 전 칼럼에 소개한 황농문 서울대 교수의 ‘몰입’ 예찬이었습니다. 두뇌를 5%도 채 가동하지 않고 그럭저럭 살아가는 우리 인생에 일침을 가하는 따끔한 충고였지요. 사람은 뇌를 풀가동하고 몰입의 상태에 들어갈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하지요? 마이클 패러데이처럼, 책 읽기와 노트쓰기, 편지쓰기, 강의 듣기로 행복한 하루하루를 몰입으로 열고 싶어 하는 그대를 존경합니다. 양초 불꽃처럼 눈부신 세계가 눈앞에 활짝 열리고 있습니다.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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