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그동안 환동해 거점 도시, 국제 항만도시라는 슬로건에 어울리는 포항의 모습이 더딘 속도지만 이제야 이루어지고 있다. 10년 전 국가항만기본계획 발표 당시의 예정보다는 다소 지연된 느낌이지만 영일신항만 인입철도가 마무리 공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국제페리나 국제크루즈선을 맞이할 국제여객부두도 내년이면 완공된다고 한다. 동해안 유일의 국제 컨테이너항만이면서도 수도권 등의 물동량을 유치하는데 걸림돌이 되었던 최소 필요조건인 철도와 여객물류망이 항만 개장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에야 갖추어지게 된 셈이다. 그동안 지역 경제계는 영일신항만 물동량에 고민이 많았다. 항만 물동량은 배후지역인 대구 경북지역에서 창출되어야 마땅하지만 인입철도의 부재가 최대의 약점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와 더불어 현재 영일신항만의 정기 운항경로에 미주지역이 없다거나 다른 지역으로도 확장되지 못하여 물동량 창출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국가항만전략상 환동해 거점항만으로 자리매김한 영일신항만은 일반적인 항만의 성장경로를 밟기보다는 오히려 기능과 전략적인 측면에서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선택과 집중의 문제다. 영일신항만이 현재 기항하고 있는 지역·국가는 9개 지역(일본, 러시아, 중국, 홍콩, 태국, 필리핀,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이다. 이 지역을 시장의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영일신항만은 지금까지 제대로 알짜배기의 지역과 항로를 개설하며 경제영토를 확장해온 셈이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전망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시장성에 입각한 영일신항만과 관련된 9개 지역의 구매력평가GDP규모(2018년 기준)를 집계해 보면 총 42조6천22억 달러로 전 세계의 31.6%를 차지한다. 반면 그동안 항로가 없다며 아쉬워했던 선진 영어권 6개국(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의 비중은 20.2%에 불과하다. 게다가 2024년까지 9개 지역의 구매력평가GDP의 성장률전망치가 연평균 6.8%인 반면, 영어권 6개국은 3.9%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어 세계 시장에서의 비중은 더욱 낮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영일신항만은 앞으로도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기항 지역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 파이를 키워나가기만 하면 된다. 따라서 국제물류와 여객을 맞이할 러시아어, 중국어, 일본어 등에 능통한 우수인재만큼은 계속 양성해 나가야만 한다. 여기에 자체 항만물동량의 창출만 해결하면 된다. 다행히도 9개 지역 대부분 생활수준이 그리 높지 않은 지역임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는 과거가 된 80~90년대의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용품들이 이들 지역 소비자에게는 통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참에 국내 시장에서 퇴출된 이들 제품을 생산하던 중소기업들을 영일만항 배후산업단지로 모아 과거의 제품들을 다시 생산하는, 굳이 명명하자면 ‘복고경제’를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수출시장에 맞춘 복고제품들을 포항에서 직접 생산, 수출한다면 지역 내 철강생태계를 보완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영일신만항의 물동량까지 늘리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